이어 '계약 당사자'에서는 ["갑" : 홍경석]과 ["을" : 도서출판 00000]가 뒤따랐다. '계약 사항'에서도 갑의 존재감은 더욱 우뚝했다.
= "1. 출판권 - "갑"은 출판물의 저작권을 포함하여 "을"에게 출판물의 출판 및 전송권과 함께 오디오북, 전자책을 포함한 판매의 권리를 위임하기로 한다."=
<출판 계약서>의 화룡점정(?龍點睛)은 마지막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 계약 당사자인 "갑" 홍경석의 인세 입금 통장번호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갑과 을이 양립한다. 그런데 을은 항상 갑에게 진다. 오죽했으면 H 신문에서는 2022년 12월 26일 자에 ["개도 알아먹을 텐데"… 올해 직장 갑질 5대 폭언 선정]을 다 실었을까.
이에 따르면 "(전략) 직장 내 폭언 피해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765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1151건(65.2%)이라고 밝혔다. 이 중 폭행·폭언이 512건(44.5%)으로, 부당 지시(558건 48.5%) 다음으로 많았다.(중략)
512건 중 "그런 거로 힘들면 다른 사람들 다 자살했다" "그 정도면 개도 알아먹을 텐데" "공구로 머리 찍어 죽여 버린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너 같은 X끼 처음 본다" "너 이 X끼 나에 대해 쓰레기 같이 말을 해? 날 X발 X같이 봤고만"을 최악의 5대 폭언으로 선정했다. (후략)"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 2019년 7월 16일부터이다. 하지만 지금도 직장 내 갑질은 여전히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사례는 나 또한 경험한 아픔이다.
이 세상 모든 '갑질'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바로 열등감에서 기인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를 알아달라는 허약한 자존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어제 다시금 <출판 계약서>를 작성하노라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는 그동안 '을'이었던 내가 모처럼 '갑'이 되었다는 느낌이 동인(動因)이었다. 이에 더하여 일종의 신분 상승까지 이뤄냈다는 우월감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무적 현상을 느낄 수 있었던 데는 다 까닭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나름 출판위개(出版爲開)의 노력과 의지가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출판위개는 금석위개(金石爲開), 즉 '생각을 한 군데 집중하면 쇠나 돌도 뚫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전심전력이 필요하다'는 뜻의 작위적 변형 사자성어다.
그러니까 정성이 지극하면 쇠와 금을 뚫을 수 있듯 출판의 경우도 매일반이라는 의미다. 네 번째 저서인 [초경서반]을 출간한 건 지난 2021년 3월 25일이다. 이어서 또 다른 책을 내려 했으나 경제난이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출판시장마저 부도와 폐점 등 악화일로의 절벽으로 내몰았다. 그런 와중에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각오와 자세로 묵묵히 글을 써왔다.
이번과 같은 환희의 출판 계약서 작성이라는 기쁨을 또다시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고민 끝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시스템을 접목시킨 덕분이었다.
그 내용을 알리자 평소 나에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인과 유력자들의 성원이 폭풍처럼 답지했다. 심지어 출판 계약의 주체인 출판사 사장님도 십시일반, 아니 십시일작(十匙一作)에 협조해 주셨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새해에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을 앞두니 감회가 남다르다. 상식이겠지만 꿈을 향한 작은 도전이 결국엔 큰 세상을 만든다.
올해로 글을 써온 지 어언 20년이다. 그래서 말인데 호기심에 시작한 글쓰기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힘든 환경을 헤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베스트셀러의 완성이라는 꿈을 향해 매일 새롭게 거듭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을'에서 '갑'이 될 수 있었다.
오늘이 2022년의 마지막 날이다.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에도 초행진강(招幸進康)과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화풍난양(和風暖陽)으로 좋은 나날이 되시길 축원한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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