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서산지청이 옛 도로법 위헌결정으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4억여원을 부당 수령한 운송업체를 적발했다. |
대전지검 서산지청(지청장 박주현)은 사기와 사문서위조, 공전자기록 불실기재 등의 위반 혐의로 운수업체 대표 A(64)씨를 구속기소하고 형사보상청구 실무를 담당하거나 회사 주주 행세를 한 B(72)씨와 C(64)씨, D(64)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화물차량 운전자가 업무 중 법을 위반하면 운전자를 고용한 회사도 함께 처벌하도록 한 법률(옛 도로법 양벌규정)에 위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단순히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주에게 형벌을 과하고, 아무런 비난을 받을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위헌결정된 옛 도로법 양벌규정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회사들이 법원을 상대로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선고받고, 형사보상을 제기했다. 형사보상은 누명을 쓰고 미결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아서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그 손해를 국가가 보상하여 주는 제도다.
그러나 A씨 등은 이러한 형사보상금 청구제도를 악용했다.
1998년 폐업한 운수회사 명의의 서류를 위조해 회사를 되살린 후 2019년 7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옛 도로법 양벌규정으로 벌금을 납부한 총 614건에 대해 형사재심을 청구하고 형사보상 결정을 받아냈다. 이렇게 해서 A씨 등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은 4억4300만원에 이르렀다. 또 같은 수법으로 1억원의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다 재심청구 소송에 참여한 검사가 소송사기 단서를 발견해 2년만에 기소에 이르게 됐다.
B·C·D 씨는 주식회사가 아님에도 주주명부를 위조해 법인등기를 되살린 다음 가종 서류를 위조해 등기소에 제출함으로써 법인의 대표청산인으로 A를 선임할 수 있도록 공모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 관계자는 "위헌 결정이 있었던 도로법위반 사건의 경우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으면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 소송사기"라며 "재심재판 과정에서 법인의 대표이사 또는 청산인 자격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의문을 갖고 수사한 결과 국고손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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