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가 중요하지요.
보실까요?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을 만나 물었습니다.
"네가 벼슬한 뒤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이냐?"
공멸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대답했습니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나랏일이 많아 공부할 새가 없어 학문이 후퇴했으며
둘째, 받는 녹이 적어서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공무에 쫓기다 보니 벗들과의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공멸의 대답은 모두가 부정적인 생각에서 나온 답이었습니다.
공자는 이번엔 공멸과 같은 벼슬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제자 복자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복자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글로만 읽었던 것을 실천하게 되어 학문이 밝게 되었고,
둘째, 받는 녹을 아껴 부모님과 친척을 도와서 친근해졌습니다.
셋째, 공무가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우정을 나누니 벗들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똑같은 수입을 가지고도 한 사람은 세 가지를 잃었다고 푸념하는데 한 사람은 오히려 세 가지를 얻었다고 감사합니다.
공멸과 복자천의 차이가 있다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 속에서도 마음 먹기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임스 베리는 말했습니다.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친구로부터 인생십적(人生十蹟)이란 무엇인가를 보내와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一蹟은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 것이요
*二蹟은 좋은 부모형제를 만나는 것입니다.
*三蹟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것이요
*四蹟은 마음을 모두 주고 싶은 진실한 사랑을 만나는 것입니다.
*五蹟은 효성스런 자식을 얻는 것이요
*六蹟은 존경스런 스승을 만나는 것입니다.
*七蹟은 비명횡사 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는 것이요
*八蹟은 평생 재물에 궁하지 않을 만큼 갖는 것입니다.
*九蹟은 인연과 사별할 때 임종을 지키는 것이요.
*마지막 十蹟은 죽음에 이르러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는 것입니다.
위 십적(十蹟)가운데 二蹟에 해당 되는 좋은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열 살 때, 그리고 아버지도 얼마 안 있다 세상을 뜨셨으니까요. 그러나 제 동생들과는 지금도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홉 가지는 모두 제가 만족할 정도로 이루었다 할 수 있지요.
그 가운데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九蹟으로, 제 아내와 사별할 때 임종을 지켜 제 품속에서 떠나보낸 일입니다. 임종 직전 제 품에 안겨있던 제 아내 오성자는 눈을 떠 저를 보더라구요. 그리고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고 떠나갔습니다. 떠나는 아내도 행복했을 것이고, 떠나보내는 저는 식어가는 아내의 몸을 부등켜 안고 엉엉 울면서 행복해 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자녀들이 지킬 것입니다. 아들은 아침저녁으로 출근하며 전화를 걸어와 제 목소리를 듣고 건강을 체크해주고, 딸들도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습니다.
제게는 제 몸으로 낳지 않은 자녀들이 전국적으로 꽤 많이 있습니다. 이름있는 정치인으로부터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나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뒤돌아본 나의 삶이 행복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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