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역사 바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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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역사 바로 쓰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2-12-30 09:4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김부식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쓴 후, 그 이전의 역사서 《구삼국사(舊三國史)》, 《삼한고기(三韓古記)》, 《신라고기(新羅古記)》 등을 불태웠다고 한다. 때문에 문장이 유려하고 역사기술이 정연하며 체제가 제대로 갖추어진 가치 있는 책임에도, 문일평, 신채호 등 역사가로부터 역사의 반역자라 호되게 비판받았다. 오항녕 전주대 교수의 말이다. "역사학의 핵심은 해석이 아니라 사실이다. 해석이 없어도 사실은 남는다. 사실 없는 해석은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건으로서 역사와 기록으로서 역사로 볼 때, 어떤 사건과 일치하는 역사 기록은 존재할 수 없다. 실제에 접근 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있을 뿐이다. 역사가 왜곡됐다는 말은 왜곡되지 않은 역사가 있다는 말이다. 사실 또는 진실과 다르게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왜곡이라면, 왜곡이 아닌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역사학의 논쟁은 사실을 둘러싼 기억의 투쟁이라는 말에 동의 한다. 사실과 역사 기록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역사의 네 가지 개념은 시공간, 기록, 학문, 의미이다.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주안점이 다르다. 대상도 다르다. 조선을 보자면 지배층 위주에, 정확한 기록과 덕성이 매우 중요시 됐다.

한편, 사실이 역사가 되지만,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빼기이다. 살아가며 함께 살아온 것, 지탱해주고 정들었던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치우는 것과 같다. 사건의 일부가 선택 된다. 다만, 어떠한 사관으로 바라보고 선택하던 사실에 충실해야 함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역사는 정체성 확립이나, 이해, 진보의 주춧돌로 활용된다. 과거와의 대화이며, 삶의 교사이고 미래의 주춧돌이기도 하다. 과거, 현재, 미래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횡적 공간을 부단히 넘나들며 변화한다. 문화예술을 들춰보는 것 역시, 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구성되어있다 생각하기 때문이요, 바람직한 미래를 추구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필자 주장은 생활 속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 끊임없는 성찰이 있을 뿐이다.

다시 조선의 사관으로 돌아가 보자. 철저한 사초의 작성을 위해, 사관은 모든 국정논의에 참관토록 했다. 모든 장계나 하교도 사관을 거쳤다. 사초의 말살, 누설, 개작은 참수형에 처했다. 직필하도록 열람도 불허했으며, 사관 이름 기재도 하지 않았다(명종이후 기재). 후세에 권계(勸誡)하기 위함이요, 덕치구현을 위한 것이었다.

직필에 엄격했음에도, 조선왕조실록에 수정 및 개수한 실록이 있다. 선조 수정, 광해군 정초본, 현종 개수, 숙종 보궐 정오, 경종 수정본 등이다. 저마다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전 것을 없애지 않았다는 점이다. 판단을 후세에 맡겼다. 조선왕조실록의 위대성이다. 오항녕 교수는 강조한다. "주목해야 할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실록을 수정 또는 개수하면서 이전 실록을 그대로 두었다는 점이다." 역사 앞에 스스로 객관화 할 수 있는 자존심이라 한다.

한 해를 돌아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못하는 너와 나의 아집과 편집에 놀란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사회상, 성찰이 없음에 더 놀란다. 100불 시대 망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망상이 무섭다. 역사에 앞서 사실조차 왜곡하고 지운다.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허구, 궤변과 거짓이 두렵다.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조차 무력화 되고 있다. 공익의 법이 아니라 사익의 법이 만들어 진다. 깨달아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법치주의도 중요하지만, 법에 앞서 도덕적 심판이 더 무서운 것이요, 사회적 심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린다는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자리는 지속되지 않는다. 순간의 모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는 어리석음을 버리라. 알량한 권세로 자신을 지키려 하지 말라. 스스로 객관화 해보라.

양동길/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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