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南(남녘 남) 柯(나뭇가지 가) 一(하나 일) 夢(꿈 몽)
출 처 : 당(唐)나라 이공좌(李公佐)의 전기소설(傳奇小說)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
비 유 : 명예(名譽) 또는 한 때의 부귀영화가 모두 한 번의 꿈과 같이 허무하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감에 자기의 부귀영화나 명성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한없는 욕심에 묻혀 자기능력과 재주를 다하고도 더 욕심이 나서 재산, 영화(榮華), 명예(名譽) 심지어는 이성(異性)에까지 욕심을 내며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당(唐)나라 때 순우분(淳于?)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술을 좋아하고 작은 예절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어느 생일날, 홰나무 아래서 술자리를 차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대취해 쓰러지자 친구들이 그를 집에 들여다 행랑에 눕혀 놓았다.
그런데 보라색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오더니 괴안국(槐安國) 왕의 명을 받들어 모시러 왔다고 말했다. 순우분은 사자들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홰나무 아래의 큰 굴속으로 들어갔다. 굴속에 들어가니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수십 리를 가자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번화한 성읍이 나타났는데, '대괴안국(大槐安國)'이라는 금색 현판이 걸려 있었고, 승상이 나와 영접을 했다. 순우분은 왕궁에 들어가 왕을 알현하고 그 자리에서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었으며, 남가군(南柯郡) 태수로 임명되었다.
순우분은 남가군에 부임하여 30여 년 동안 다스리며 위로는 왕의 총애를 받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으며, 5남 2녀를 두고 행복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단라국(檀羅國)이 쳐들어왔다. 순우분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적을 맞아 싸웠지만 연전연패하고 말았고, 공주도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는 낙담하여 관직을 사직하고 도성으로 왔는데, 그의 명성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세력이 날로 커지자 괴안국 왕은 불안을 느끼고 순우분에게 말했다.
"그대는 집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니 잠시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 어떤가? 자손들이 여기에 남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3년 후에 그대를 맞이해 오겠네."
순우분이 왕에게 물었다.
"저희 집은 여기인데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자네는 원래 인간 세계의 사람으로 집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네"하며 두 명의 보라색 옷을 입은 사자로 하여금 순우분을 배웅케 했다.
순우분은 동굴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기가 행랑에서 자고 있었던 게 아닌가. 깜짝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일어나 보니 하인은 정원을 쓸고 있었고, 친구들은 옆에서 발을 씻고 있었다.
순우분이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모두 기이하게 여겨 홰나무 아래를 파 보니 커다란 개미굴이 하나 있었는데, 개미들이 가득 모여 있었고, 커다란 개미 두 마리가 있었다. 여기가 괴안국의 서울이며, 커다란 개미 두 마리는 국왕 부부였다. 또 하나의 구멍이 남쪽 가지 쪽으로 뚫려 있어 파 들어가니, 남쪽 가지 사십 척쯤 거리에 개미 떼가 또 있었다. 여기가 순우분이 다스리던 남가군(南柯郡)이었다.
순우분은 구멍을 원래대로 고쳐 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 가 보니 밤에 내린 비로 개미굴은 허물어지고 개미도 없어졌다. 그는 남가(南柯)의 헛됨을 느끼고 인생의 인내를 깨닫고 도문(道門)에 귀의하여 주색(酒色)을 끊었다.
3년 후 47세의 나이로 집에서 생을 마쳤는데, 그해가 바로 괴안국 왕이 약속한 3년의 기한이 되는 해였다.
인생(人生)은 이 세상에 잠간 왔다가 사라지는 순간적인 존재이다.
人生如白駒過隙,(인생여백구과극,/ 인생은 문틈사이로 백마가 지나가는 것과 같다.)
천하를 송두리째 자기의 영원한 소유물로 생각했던 진시황도, 유럽을 석권하고 아시아지역 일부까지 진출했던 알랙산더 대왕도 32세에 일찍 죽고 말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헌데 요즈음은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일전에 모 노(老) 정객(政客)이 20년의 권력유지를 언급했다가 실성한 늙은이의 취급을 받았다.
금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자기 욕심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상대를 비방하고 자화자찬하는 위정자 분들, 제발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반성하고, 잘 한 정책은 희망과 내일의 비전으로 삼아 새로이 도약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이제 한해가 다 가도록 싸움만하는 위정자 분들께서는 권력, 명예, 부귀 등은 때가 지나가면 모두가 허망한 꿈인 것임을 알았으면…….
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더라도 즐거움 또한 그 가운데에 있으니, 의(義)롭지 못하고서 부(富)하고 또 귀(貴)함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공자님의 영원진리(永遠眞理)의 말씀이다(論語 述而篇).
장상현/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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