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 이민성 감독이 2023시즌에도 대전의 지휘봉을 맡게 됐다. 이민성 감독 신년 인터뷰를 통해 2023시즌 구상을 들어봤다.202시즌 선수들에게 포지션 변경 지시를 내리는 이민성 감독(대전하나시티즌) |
이른바 '도쿄대첩'의 주인공이 된 이민성 선수는 25년 후 자신의 축구 인생 두 번째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8년간 2부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대전하나시티즌을 K리그1으로 승격시켰다.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이다. 1년 전 승격 문턱에서 강원에 역전패하며 좌절을 맛본 이 감독은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녔다. 부임하고 2년 만에 대전을 승격시키지 못하면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다짐에서다. 대전이 K리그1 승격을 확정 지은 순간 이 감독은 "후지산을 무너트렸을 때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축구 인생 최고의 명장면을 바꿔놓을 정도로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이제 'K리그1 평정'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준비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최근 이민성 감독과 재계약을 통해 믿음과 신뢰를 보냈다. 2023시즌 'K리그1 평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이민성 감독에게 2023시즌 구상과 축구 철학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하나시티즌이 승격한 지 이제 두 달이 지냈다. 이 감독은 승격 직후 인터뷰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작정 쉬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12월 28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리그 종료 후 휴식기 동안 쉬고 싶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겼다. "일주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쉰 것 같다. 리그 시작하고 하루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정신없이 달려왔다. 그래도 모두가 염원했던 좋은 결실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1 승격을 넘어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는 팀이다. 대전에 K리그1은 또 다른 시작이다. 새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12월 초에 선수들을 소집했고 3주간 마무리 훈련을 진행했다. 아마도 기사가 나갈 시점이면 태국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전지훈련 동안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 시즌이 달라진다. 세부 일정은 구단과 협의하며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리그1에 안착한 대전은 새 시즌을 대비한 전력보강에 집중하고 있다. 대전을 포함한 각 구단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전력 강화를 위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전이 겨울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민성 감독은 "기존에 우리 선수들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고, 1부 리그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다. 큰 변화를 주기보단 기존 선수단의 내실을 잘 다지고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며 내년 시즌을 구상하고 있다"며 "우리 구단의 목표는 K리그1 승격을 넘어 더 큰 곳에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올 시즌 K리그1 승격을 이뤄냈고 내년에는 우리가 K리그1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야 한다. 우리 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포지션 보강을 위해 구단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승강플레이오프에서 김천 상무에게 승리하며 승격을 확정지은 이민성 감독이 구단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 |
지난해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월드컵을 두 번이나 경험했던 이 감독 역시 이를 뿌듯하게 지켜봤다. 이 감독은 "먼저 국민에게 큰 기쁨과 환호를 안겨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고, 축하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월드컵이라는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는건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예선 3경기부터 브라질전까지 단 한 명의 선수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많이 자랑스러웠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2002년 4강 신화가 결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16강을 넘어 그 이상의 성적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승격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이민성 감독(대전하나시티즌) |
2022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대전과 김천상무와의 1차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이민성 감독(대전하나시티즌) |
팀이 연패에 빠질 때면 이 감독은 항상 '독한 마음을 가져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독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눈앞의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경험한 바 있지 않은가. 2부 리그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조금의 방심도 놓치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지는 순간 선수도 팀도 무너지기 때문에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려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대전 시민 그리고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여러 상황들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대전의 팬들이 매우 열정적이고 팀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따끔한 질책도 해주셨다. 팬들 입장에서는 걱정도 되고 화도 나실 수 있다. 시즌 초반부터 기세를 올려 수월하게 우승을 하며 승격을 했더라면 팬들이 더 좋아하셨을 것이다. 그 부분이 죄송하다. 그래도 우리가 승격까지 결실을 맺을 수 있던 이유는 서포터와 대전 시민들의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 거리 원정까지 찾아주신 점에 감사드린다. 나도 선수들도 원정 경기를 뛰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K리그에서 대전 서포터들 보다 열정적인 팬들이 또 있을까 싶다. 내년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이민성 감독은
▲1973년 경기도 시흥 출생 ▲문일고 ▲아주대학교 ▲부산대우로얄즈 ▲포항스틸러스 ▲FC서울 ▲용인시청(은퇴) ▲1998년 FIFA 프랑스 월드컵 대표 ▲2002 FIFA 한·일월드컵대표 ▲ 2012 광저우 헝다(중국. 코치) ▲2012-2013 강원FC(코치) ▲2013-2014 전남 드래곤즈(코치) ▲2015-2016 울산 현대(수석코치) ▲2016-2017 창춘 야타이(중국. 수석코치) ▲2018-2020 대한민국 U-23(수석코치) ▲2021-현재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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