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드컵을 준비하며 대한민국의 축구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적인 추세의 빌드업을 단련해왔다. 국민들은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마다 감독이 일관되게 훈련해 오던 빌드업에 말잔치를 벌여왔다. 월드컵 직전에 펼쳐진 좋지 않은 결과들에 대한 비난도 뒤따랐다. 하지만, 16강이라는 목표를 이룬 대표팀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이제는 그 빌드업 축구를 완성해 나가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에 불을 켜고 있다.
연말 김 지사의 1차 빌드업 진용이 갖춰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사가 늦춰지면서 여러 해석들이 나왔다. 이미 알려진 대폭적인 조직개편에 따른 첫 인선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부 불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인사였다는 평가다. 오히려 다음 달 예고된 산하기관 통폐합 결과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면서,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 돌파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는 김 지사 보다 기대와 걱정이 많을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는 해 이기 때문이다. 2023년의 성과는 단순히 충남도의 성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짧게는 곧 이어질 2024년 총선으로 김 지사의 '기세'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다음 총선에서 김 지사는 직접적으로 선거에 관여할 수는 없어도 실질적인 충청의 맹주로 부상하고 싶을 것이다. 이후 그는 이전의 충남도지사들이 그랬듯이 대선 후보로 나아가야 하는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 사수투쟁을 벌여가며 직접 정당을 창당해 정치권의 중심에 섰던 심대평 전 지사나, 행정수도를 지켜내기 위해 직을 던졌던 이완구 전 지사, 특유의 전국적인 인기와 이미지 정치를 바탕으로 대권 근처(?)까지 갔던 안희정 전지사, 아쉽지만 지역의 한계에 걸음을 멈춰야 했던 양승조 전 지사 등 모두가 충청의 힘을 바탕으로 험난한 도전을 선택했던 분들이다. 이전 도지사들이 경험했던 과정과 결과물을 반면교사를 삼고 있을 김 지사는 그래서 더욱 초조해 질 수 있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작은 정치권의 프레임에 갇히기 십상이다. 특히, 충청권은 정치적 소용돌이 때마다 희생양이 되었다. 권력의 충돌이 있을 때마다, 충청의 현안은 뒷전이 되어왔다. 충청인들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전직 도지사들을 대권주자로 대선의 배에 태워 나아가게 했던 이유를 곱씹어 봐야한다. 충청의 소외감과 박탈감의 핵심에는 대권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의식이 작동한다. 당장의 성과 때문에 미래의 큰일을 그르쳐선 안된다. 월드컵 대한민국의 빌드업이 그렇듯이, 김태흠 빌드업 역시 완성을 향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교수들은 過而不改(과이불개)를 올해의 4자성어로 정했다고 한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김 지사는 지난 6개월간 잘못된 도정의 설계가 있다고 느껴지면, 언제라도 과감하게 고칠 줄 아는 큰 그릇이 될 것으로 믿는다. 君舟民水(군주민수), 강물은 배를 뜨게도 할 수 있고, 뒤집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선택의 순간에 도민을 늘 중심에 두어야 한다. 명분과 대의가 있는 선택과 결정에는 도민의 지지가 함께하며, 결국 배를 튼튼히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任重道遠(임중도원), 김 지사에게 맡겨진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 큰 일 일수록 그 무게감은 더 할 것이다.
한해를 보내며 계묘년 토끼해 본격적인 실전을 펼칠 그의 빌드업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줄 때이다. <내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