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지역 주도의 경쟁력 있는 문화자치를 준비하라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지역 주도의 경쟁력 있는 문화자치를 준비하라

이희성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2-12-28 16:19
  • 신문게재 2022-12-29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희성교수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문화예술은 21세기 들어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 빠지지 않는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문화는 인간의 기본 권리이다. 이러한 문화권리는 1948년 12월 유엔(UN)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으로 채택되었다. 세계인권선언 제27조 1항에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또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보고서에는 '국가정책은 문화를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해야 하며, 문화권의 신장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 일부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제적 공동체 합의로 국가는 문화예술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사회구성원이 누릴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다니엘 벨 하버드대학 교수는 사회(도시)는 문화가 변화를 선도하고 경제가 그것에 맞추어 왔다고 하였다. 즉, 문화를 통해 한 사회의 신뢰수준과 사회규범, 공동체에 대한 의무 등 사회의 효율성이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시키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문화예술이 인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문화 불평등도 사회 불평등의 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보편적 복지로서 문화 복지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지역 주도의 문화자치, 문화분권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중앙정부 주도의 문화정책과 재정집행 권한이 2024년 이후로는 모두 지방으로 이양된다.



그러면 이러한 인간이 차별 없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인 문화향유의 권리가 잘 이행될 수 있을까? 그리고 지방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과 제도는 잘 준비되어 있을까?

문화자치영역을 포함한 자치분권은 지역에는 기회이자 위기다. 중앙 정부만 바라보던 시책이 더는 지방 행정 단위에 갇히면 안 된다. 지역 스스로 자주적인 문화재정을 확보할 제도가 필요하다. 문화예술 특별회계 마련과 지역문화진흥기금에 대한 독자적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별회계는 지자체장의 개인 취향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문화 재정확보를 위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문화진흥기금은 광역문화재단 기본재산으로 묶여 적립기금의 이자 수익만 쓸 수 있고 후원금도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현실적인 조례를 제정하고 지역 상황에 맞는 독자적인 문화예술기금조성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경상북도는 지역문화진흥기금 조례를 통해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두어 기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문화예술인 등록기준은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해 예술인활동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1항에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데 공헌하는 자로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 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예술대학이 점차 사라지고,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삼기에는 지역 예술시장은 너무 척박하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신진예술가의 발굴은 점차 어려워지고 고령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상황에 맞는 예술인 등록기준을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예술인, 청년작가, 지역 단위 문화예술단체 등 지역 상황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이 생계수단인 전업 예술인을 위한 복지증진이 필요하다. 지역 내 예술인 수요와 실태조사를 통해 안정적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문화자치를 위해 지방 정부와 광역 문화재단이 역할을 재설정하고 중장기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

대전시는 2023년 대전문화예술 중흥 중장기 전략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민선 8기 지역 주도의 경쟁력 있는 문화자치를 위해 문화예술정책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방안으로써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역문화예술 성장 동력 확충은 크게 시설 등 인프라 확충과 창작·유통 등 문화예술 지원사업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모두 재원마련이 가장 중요하므로 계획의 방향을 재원확충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