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역리서치 결과보고전 '대전 원도심의 지워진 이름, 목척' 전시장 전경.<출처=대전문화재단> |
은행1구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면모를 갖추며 발전한 대전의 근대역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1930년대 지금의 지자체장에 해당하는 '대전 부윤(府尹)'이 살았던 곳으로 알려진 근대주택의 실소유자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지도와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프로젝트는 대전시의 '2022년 지역리서치사업' 일환으로 대전문화재단, 대전대와 협업으로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가량 '은행1재개발정비사업구역(은행1구역)'에 관한 문화재 조사를 진행했다. 범위는 중앙로부터 선화초등학교 앞 선화로까지 이어지는 남북 구간과 대전천서로에서 대종로까지 이어지는 동서 구간이다.
이번 결과보고전에는 은행동의 가장 오래된 지명인 '목척리'부터 현재 진행 중인 은행1구역 도시재개발정비사업까지의 변천사를 담았다. 주요 건축물 15개(지번 형태의 기록)에 대해 실측 도면과 기록사진, 건축물 현황 분석표 등을 항공 촬영 영상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28일 개막해 2023년 1월 27일까지 한 달간 대전근현대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당시 태어난 집에서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은행동 토박이 연규응 구술자을 비롯해 이진표 주민, 목척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혜숙 상인의 구술채록 결과물도 공개한다.
서커스단 공연과 씨름경기가 펼쳐졌던 목척교의 기억부터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 시절의 대전천 부흥기, 1990년대 시청과 관공서가 둔산으로 이전하면서 심화한 은행동 상권 쇠락까지 생생한 증언을 전한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은행1구역의 모습을 과학기술을 접목해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2022년 지역리서치 결과보고전 홍보이미지.<출처=대전문화재단> |
근거로 1941년 제작된 지도 '환지지정기입재래가옥신구대조도(還地指定記入在來家屋新舊對照圖)'에서 은행동과 선화동, 대흥동 일대 도로와 토지 형태, 당시 소유주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 선화초교 정문에서 큰 도로 쪽 사선으로 맞은편에 자리한 건물이며, 구조와 형태가 잘 보존된 상태로 현재 카페로 사용 중이다.
또 다른 근거로 1938년 충남도지사 공관으로 쓰였던 애국반(반상회) 모임과 관련해 도지사와 간부들이 회원으로 활동했던 신문기사 기록이 확인되면서 대전 부윤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토 마사히코 우송정보대 교수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 건너편에 있던 당시 대전의 대표기업 '후지추 간장' 사장 쓰지 만타로 씨의 아들 쓰지 아쓰시(1938년생) 씨가 2015년 은행1구역 일대를 방문해 해당 건물이 대전부윤의 관사로 사용되기에 맞지 않는 건축물인 것으로 봤다"며 "조사를 통해 밝혀진 여러 기록과 증거들을 봐도 최소한 1945년 이전까지는 부윤 건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희준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당시 국장급 간부들과 부윤이 지금의 테미오래 관사촌에 살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증거들이 여럿 나왔다"며 "머지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공간에 대해 사진과 영상, 도면으로 기록화하는 작업을 통해 근대도시 대전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명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