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수도권에 사는 친구가 대전을 내려와 술을 한 잔 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올라갔으니 벌써 20여 년 넘는 세월을 수도권에서 산 셈이다. 자연스런 얘기를 주고받다 대전보다는 수도권의 삶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은 친구에게 "서울사람 다 됐네"라는 말을 하게 됐고 친구는 굳이 "수도권과 지역을 구분 짓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낮춰서 표현하는 말을 쓸 필요가 있냐"며 핀잔을 줬다.
그에 앞서 아들과 마트로 장을 보러 갔을 때이다. 필요한 물품을 이리저리 고르다가 아들에게 마트에 온 즐거움을 주고자 먹고 싶은 군것질을 고르라고 했다. 아들은 신이나 과자가 진열돼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필자는 계속 장을 봤다. 필요한 물품을 다 사고 계산을 할 때가 됐는데도 아들이 오지 않아 과자코너로 아들을 찾으러 갔다. 아들은 그때까지도 신중히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우리 아들은 결정장애가 있는 거 같아"라고 말을 했고 아들은 "장애인들이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런 단어는 쓰지 않는 게 좋아요"라며 핀잔을 줬다.
다들 맞는 말이다. 우리는 가끔 늘 사용하던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유행처럼 많이 사용하던 단어가 있다. 바로 '확찐자'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급격하게 살이 불어난 사람들을 놀리려고 표현한 말인데 정작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확진자들에겐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누군가에겐 상처와 아픔이 되고 차별을 만들게 된다.
성인들만 이런 상처와 차별을 겪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표현이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단어가 '잼민이'다. 잼민이는 미성숙하고 하찮은 존재나 민폐를 끼치는 불편한 존재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어 초등학생들이 싫어하는 말이다. 또한 중2병도 차별을 나타낸다고 중학생들이 싫어하는 말이다. 마치 중2 학생들을 병적인 존재로 다 취급하는 것 같아 싫다고 한다.
일상 속 성차별적 언어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 '김여사'가 대표적인데 성차별 및 운전을 못하는 사람에 대한 혐오도 포함돼 있다. 그 외에 직업 앞에 '여'를 붙이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차별적인 단어는 속담에도 존재한다.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 대표적인데 옛날 시집살이를 잘하려면 이런 자세로 버텨야 한다고 생겨난 말인데 요즘은 회사생활을 잘하려는 사람들에게 덕담처럼 쓰이고 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 삼가 해야 한다.
우리는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남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수시로 하고 있다. 그냥 뱉은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차별 및 비하의 단어가 포함된 발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성희 뉴스디지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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