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일반적으로 세모가 되면 사적으로는 지난 날을 돌아보고 그리운 이들을 생각하게 되며, 공적으로는 금년에 한 일 가운데 보람 있는 일과 미흡한 일을 살펴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나름 준비하게 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뇌과학의 일부 견해에 따르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멍하게 있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행복감도 높이며, 심지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번쯤 그냥 멍하게 있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요즘 언론마다 국내외 10대 뉴스를 보도하고 있는데, 세상만사가 길흉화복(吉凶禍福)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어 한 시름 덜었다고 안도하자마자,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세계경제에 먹구름을 끼친지 오래되었다. 코로나 사태에서 어이없어 헛웃음을 나게 한 영국 정계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당내 반발로 물러났고,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지닌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 대신 영국에는 42세의 인도계인 리시 수낙이 등장해 역동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브라질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의 친구로 알려진 룰라 전 대통령이 12년만에 컴백하는데, 8년간의 대통령을 마치고 퇴임 당시 지지율 87%라는 신화를 갖고 있는 77세 노인장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 행복한 일과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있었던 사건·사고 중 3대 뉴스를 들라면,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를 들 수 있다. 중앙정부이건, 지방정부이건 간에 좌고우면하는 착한 군주형으로 이렇다 할 업적이 별로 없는 지도자와 내로남불 및 인사실패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권이 물러갔다. 대신 최고 정치행위자이면서도 통합이나 협치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는 인상이 드는 지도자와 가치 보다는 권력에 기울어진 다소 꼰대스러운 정권이 들어섰다.
최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3,592달러로 세계 221개국 중 45위(2022.10. IMF 발표)이고, 민주주의 지수는 8.16점으로 167개국 중 16위(2022.2. Economist Intelligence Unit 발표)이며, 노인빈곤율, 저출산율, 남녀임금격차 등은 OECD 38개국 중 1위(2022.9. OECD 발표)다. 아마 이 같은 지표들은 올해 여러 정황상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의 경제성장률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6%로 전망되고 있다. 대체로 내년에는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도 정치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정치의 요체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거나 당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건 지방정부의 수장이건 간에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많이 경청하고, 시민들에게 좀 더 겸손해지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래야 자신 있고 활기찬 리더십이 발휘된다. 그리고 국정이나 시·도정을 맡고 있는 정부나 지방정부와 여당은 높은 수준의 소명의식과 책임윤리를 갖고, 긴밀히 소통하고 혼연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대화와 지식인 및 언론으로부터의 자문을 통해 쓸만한 노하우와 대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모든 행위주체들의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와 거버넌스가 적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외람되지만, 본 칼럼을 읽는 독자 분들과 항상 최선을 다해 지역발전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계시는 중도일보 임직원 분들께 송년 선물과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선물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합창곡 '사계' 동영상이다. 잘 알다시피, 이 노래는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꿈을 경쾌하면서도 애잔하게 표현한 노래인데, 듣다보면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그리운 이들이 생각날지 모른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자! 아자!! 아자!!!".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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