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성격 유형: '도망자' vs. '머무르는 자',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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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성격 유형: '도망자' vs. '머무르는 자', 여러분의 선택은?

임승모 대신고 교사

  • 승인 2022-12-27 11:33
  • 신문게재 2022-12-28 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대전대신고 임승모선생님
임승모 대전대신고 교사
여러분은 자신의 어떤 정체성을 사람들 앞에서 가장 드러내고 싶은가? 여러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정체성(Identity)'이라 부를 수 있다. 'MBTI는 무엇인지, 어떤 가수나 운동선수를 좋아하는지,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어떤 동네에 살고 있는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등이 그 예시이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우리는 정말 많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 삶 속 대부분의 결정과 갈등이 이 정체성에서 비롯되고 있음 또한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누가 험담해서 기분 나빴던 적이 있다면, 사실 그것은 여러분의 정체성이 작동한 결과였던 것이다.

우리가 이 정체성에 대해 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되는데, 한 가지는 '머무르는 사람'이고, 다른 한 가지는 '도망치는 사람'이다. 각각의 유형을 간단히 알아보자.

'머무르는 사람'은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정체성에 안정적으로 머무르고자 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맞이하는 기회나 선택의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로 '지금까지 축적해온 나의 정체성과 이 선택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고민한다. 예를 들자면, A의 MBTI 앞자리는 E(외향적)이며 모든 친구들과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어느 날 A는 너무 피곤해서 혼자 집에서 쉬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들이 연락해서 함께 놀자고 불렀다. 이때 A는 과거부터 쭉 자신의 정체성이었던 'E'를 따라 (집에 혼자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나가서 어울리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이 경우, A는 자신의 정체성에 안정적으로 머무른 사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망치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정체성이나 이미지에 구속되지 않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시점에서의 직감과 판단에 의존한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변화나 선택의 순간에서는, 과거부터 쌓아온 정체성에 의존하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생각 능력을 기반으로' 지금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자면,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는 B에게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영입 제안을 했다고 하자. B는 자신이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지금까지의 정체성인 '대기업 사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영입 제안을 한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판단하여 과감히 이직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B는 자신의 정체성에서 도망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은 자신이 '머무르는 사람'과 '도망치는 사람' 중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러분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둘 중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학교는 '머무르는 사람'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짙다. 여러분도 이미 두 유형의 이름에서부터 '머무르는 사람'이 '도망치는 사람'보다는 나아보이지 않은가?

우리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대체로 이렇게 말해왔다. '싫증을 내고 변화를 거듭하기보다는, 꾸준히 한 우물을 파면서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 '머무르는 사람'의 유형에는 큰 약점이 있다. 바로 '급격한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이다. 오늘까지 잘 나가던 직업이 내일은 한 순간에 쓸모없는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평생 한 가지 직업 정체성만 가지고 살다가 그 정체성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말 그대로 끔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망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도망친다'는 것의 개념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도망친다'는 것은, '딱히 명확한 행선지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단 이곳은 위험할 것 같으니 여기서 벗어나겠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직업을 선택하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절대 그것이 나와 잘 맞는지, 내가 그것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학생의 때부터 많은 것에 도전해보고, 실패해보며 '직접 경험'하고, 맞지 않으면 '도망쳐서' 다른 것에 부딪쳐 도전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시선은 아직도 '머무르는 사람'을 좋은 인간상으로 보고 있기에, '도망치는 사람'이 되려면 그 무엇보다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주변의 평판에 신경을 쓰느라 침몰해가는 배 위에서 우물쭈물하기보다는, '나는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이 없으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경박하고 나약한 사람이 아닌, 용기와 강인함을 지닌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도망치는 사람'이 되길 기원한다.
임승모 대신고 교사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의 '재빨리 도망칠 줄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의 내용을 다수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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