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기자 |
나는 MZ 세대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자를 MZ 세대라고 부른다니, 1996년생인 나는 그중에서도 꽤 젊은 편에 속한다. 이런 나보고 꼰대라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를 부르는 선배들의 한 마디에 잔뜩 긴장하는 나날의 연속인 사회 초년생에게 이 얼마나 가혹한 말인가.
사실 나는 MZ 세대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신 트렌드를 추구한다는 한 포털 사이트의 설명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출근길에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듣고 그룹사운드 부활의 ‘론리나잇’을 들으며 퇴근하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아이돌의 멤버 이름을 하나도 모르고 노래는 정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후배의 말처럼 꼰대가 돼 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요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젊은 꼰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나이는 MZ 세대 등 젊은 축에 속하지만 '꼰대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뜻한단다. 후배의 말에 따르면 이 부류가 내가 몸담을 곳이다.
우리 사회는 꼰대가 되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경계하고 있다. 후배나 친한 동생들에게 조언할 때면 "이러면 꼰대 같지 않아?"하고 걱정을 하니 말이다. 나 역시 중도일보에 입사한 이후 선배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꼰대'라는 말 자체가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이다 보니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나도 꼰대와 반대 성향을 지닌 MZ 세대로 인식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쳐진다. 한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인턴 생활을 하는 MZ 세대에게 일을 시키면 "○○이 할 줄 모르는데 저 대신 해주실 분~", 회식의 회자만 꺼내도 "○○이는 얼른 집에 가야 해요. 다들 안녕"이라고 말한단다. 이것이 만약 MZ 세대스러운 언행이라면 그냥 젊은 꼰대가 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직은 꼰대라고 불리기엔 어린 나이라 억울하다. 어쩌면 우리 젊은 세대가 꼰대의 기준치를 너무 낮춘 것 같다. 진심이 담긴 조언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꼰대로 몰아간 것이 아닐까? 권위를 이용한 '갑질'과 바른길과 삶을 살기를 바라며 해주는 '조언'의 차이를 명백하게 구분 짓지 못해 생긴 착오가 아닐까?
김영일 기자 rladuddlf25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