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 감독이 22일 옛 충남도청 커먼즈필드에서 대전충남 인권연대 초청으로 기후위기 특별강좌를 진행했다. |
이날 강연은 영하 8도에 많은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대전충남인권연대 회원들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옛 충남도청의 커먼즈필드에서 2시간 남짓 진행됐다.
이송희일 감독은 1998년 첫 영화 '언제나 일요일같이'를 시작으로 성소수자들의 슬픔, 10대들의 외로움과 아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등을 그려왔다. '후회하지 않아', '백야', '야간비행'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홍세화 작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송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사실은 기후위기를 맞은 우리의 모습을 그린 상징적 영화라고 소개하고, 그가 바라본 기후 세계관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스웨덴 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가 1895년 온실효과를 처음 규정했을 때 덜 춥고 따뜻한 기후에 대한 낭만적인 전망도 있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상기후를 감지했을 정도로 우리는 이 문제를 비교적 근래에서야 알게 됐다"라며 "1992년 브라질 리우에 세계 정상들이 모여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맺고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총회까지 기후변화 협약 30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송 감독은 "지난 30년간 탄소를 무한히 배출한 탓에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과 비교하면 지구의 온도는 1.1도 올랐고, 지금 모든 공장과 자동차를 멈춰도 이미 배출된 탄소의 영향으로 금세기 말까지 2도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1도의 기온이 오르면 공기 중 수분함유량은 7% 늘어나 전에 볼 수 없었던 돌발성 홍수가 발생하고 또다른 곳에서는 대지가 메마른 사막화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중국 양쯔강 등이 메마르고, 독일에서는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고 쓰인 엘베강의 헝거스톤이 드러나기도 했다"라며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를 경험하고, 시리아 내전의 발생이 기후위기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송희일 감독이 22일 대전충남인권연대 특별강좌를 통해 대전시민들과 대화했다. |
이송 감독은 "탄소배출 비중을 보면 미국이 25%, 유럽대륙이 23%이고 한국은 1% 수준인데, 우리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아프리카대륙에서 배출한 탄소 비중이 3%라는 사실에 비교하면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에 해당한다"라며 "탄소중립 노력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고, 탄소발자국 역시 거대 화석연료 기업의 마케팅이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사람들은모든 것의의 가격은 알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을 인용하며 탈성장을 주문했다.
이송 감독은 "지금 배출되는 탄소의 1/3은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비하는 식품시스템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어려운 과제"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역정당의 탄생과 풀뿌리 연대와 조직화가 필요하며, 공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