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송죽문답(松竹問答)과 풍설(風雪)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송죽문답(松竹問答)과 풍설(風雪)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2-12-23 10:4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일 다 살피며 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모르세로 살 수도 없다. 모두가 서로 유기적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관여하는 것이 좋을까?

조선 시대 이조와 예조판서를 지낸 문장가 이식(李植, 1584 ~ 1647)의 <송죽문답(松竹問答)>이다.

솔이 대에게 말을 건다.(松問竹)

눈보라 산골 가득해도(風雪滿山谷)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吾能守强項)

부러질망정 굽히지 않는다오.(可折不可曲)



대가 솔에게 대답한다.(竹答松)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쉽다네(高高易?折)

다만 청춘의 푸르름 지키며(但守靑春色)

머리 숙여 눈보라 마주한다오.(低頭任風雪)



소나무와 대나무 모두 절개와 지조, 고결함의 상징이다. 사시절 푸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나무는 곧음을 더한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소나무는 십군자 중 하나로 꼽는다. 십군자는 매·란·국·죽 사군자에 모란, 목련, 소나무, 연, 파초, 포도가 더해진 것이다. 서로 자신의 자태를 뽐낸다. 머리 세우는 것이 좋을까? 숙이는 것이 좋을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그만이지만, 선악이 따져져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 구분의 기준은 집단지성일 것이다. 그 집단지성이 막상막하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물론, 대립이나 충돌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생성과 소멸, 운행 원리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나친 극단적 대치 세태에 늘 놀라곤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하여 어찌 저리 다르게 서술 할 수 있을까?

각각의 사물에 이치가 있다고 본 주희(朱熹)나, 선악을 구분할 줄 아는 마음이 천리라는 왕수인(王守仁)의 주장을 범인이 논하기는 어렵다. 사물마다 본래의 성이 있고, 그 성이 마음에 의해 천차만별로 규명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정보의 바다, 가치의 바다에서는 스스로 추스를 기준 선택이 애매모호하다. 다만, 가치판단 기준이 보다 높고 넓어야 한다. 한번쯤 돌아보고 되짚어 봐야 한다. 부단히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를 통해 공동선이랄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세계에 더 부합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그저 바람에 맡겨야 한다. 바람이 우릴 유혹하지 않는가? 이인승 시인의 시 <풍설(風雪)>이다.



차가운 날씨가

소낙비 먹구름을

엄동설한이 마구 때려

눈송이로 환생시킨다.



얇고 섬세하게

하이얀 눈송이 털이

바람따라 춤을 추며 날리면

나도 그 속에 묻힌다.



머리에도 앉고

얼굴에 와서 만지다 가고

온몸에도 앉았다가

사르르 뒹굴어 떨어진다.



바람에 따라

자연스러운 날림은

나를 불러내는 연인

그 눈송이 속에 빠진다.

양동길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