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복원공사를 마무리 중인 '헤레디움' 측면부(옛 동양척식주시회사 대전지점 건물).<출처=씨앤시티마음에너지재단> |
1922년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경제 수탈 기관으로 지어진 건물이 100년을 맞는 올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만큼, '진정한 광복' 의미를 담아 본격적인 민간아트홀 시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라는 점을 상기해 대전은 물론 우리나라 근대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남은 공간을 기록·조명해 역사적 공간 활용의 당위성을 각인시키는 움직임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2021년 3월 17일 자 2면 게재>
22일 취재에 따르면,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은 국가등록문화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동구 대전로 735) 건물을 2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30일 준공식을 갖는다.
공간은 국가문화유산 지정 취지를 담은 '헤리티지(heritage)'와 문화향유 욕구를 품은 공간적 의미를 지닌 '운동장(Stadium)'을 합쳐 '헤레디움'으로 이름 지었다.
헤레디움은 미술작품의 전시를 비롯한 문화예술공간으로의 기능과 역할을 위해 건물 내 항온과 항습, 방음과 방수, 음향과 조명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1·2층을 합쳐 연 면적 829.45㎡(250여 평)의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7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꾸미고, 실내악이나 단독 소규모 연주회를 지속해서 선보인다는 취지다.
CNCITY에너지는 앞서 2020년 4월 대전시에 소유주 변경 신고와 함께 개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증축 부분까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태였으며, 공간 활용과 역사적 조명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덧댄 부분을 철거했다.
문화계는 이번 아트홀 조성으로 시민친화기업을 표방하는 CNCITY에너지의 기업 메세나 활동을 통한 예술 향유 공간 부족을 해소할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헤레디움을 중심으로 대전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한 축을 구축하고, 원도심 공동화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역사적 공간 활용을 지자체가 주도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은 크지만, 이제라도 민간 영역에서 문화와 결합한 공간 조에 나서는 데에는 반색하고 있다.
다만, 전국에 단 3개만 남아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적 의미를 되새겨 기록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문화유산 활용의 진정한 취지가 성립될 거라는 것이다.
이희준 대전대 교수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본래의 용도를 기억하지 않은 채 문화공간으로만 활용한다면 유산적 가치가 깃들어 있는 공간 활용이 반쪽에 그칠 것"이라며 "방문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고 공간을 접하도록 해야 향후 펼치는 문화예술 사업 의미도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은 "근대건축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지역 문화의 뿌리를 살리는 중요한 일이며, 일제강점기 식민 수탈의 아픈 역사 장소를 덮어버리지 않고 당시의 삶과 문화를 기억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명하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며 "헤레디움을 통한 예술가들과 시민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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