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2년 영화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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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2022년 영화 회고

  • 승인 2022-12-22 10:12
  • 신문게재 2022-12-23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결되지 않았지만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일이 되살아났습니다. 올 한 해 제 가슴 속에 깊이 남은 영화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나만의 영화 리스트를 뽑아 보시면 어떨까요? 각각의 영화 속에서 인상 깊은 장면들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사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사랑을 잃었거나 혹은 무늬만 남은 두 사람이 사랑을 합니다. 피의자와 수사관. 감시와 심문은 관심 어린 시선과 심도 깊은 대화가 됩니다. 어쩌면 박찬욱 감독은 오래도록 이런 기적과도 같은 전복적 사랑을 꿈꿔 온 것도 같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2),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이 그러합니다. 오래된 절에서 큰 북을 사이에 두고 말은 거의 없이 시선을 주고받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사랑에 대한 영화로 기억됩니다. 연극 연출가 가후쿠가 아내 오토와의 일상적 현실과 무대 위, 그리고 그 중간지대라 할 오래된 승용차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층위가 의미심장합니다. 무대 위 배우에게는 진정성이 담긴 표현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삶의 현실에서는 배우의 대사처럼 정형화된 언어를 구사하는 가후쿠의 분열된 캐릭터가 홋카이도의 설원에서 진실한 감정과 대면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놉'은 공포를 다룹니다. 미확인 비행체로 특정화되기는 하지만 공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혐오와 이기심 등이 두려움의 원인이 됩니다. 무기력하고 느슨한 인물들의 일상사가 영화 후반 30분을 남기고 공포의 비행체 등장과 함께 급격히 요동치는 대목은 압권입니다. 음악, 편집, 조명, 촬영 등 모든 영화적 기법이 동원되어 공포의 정체를 밝히려는 주인공들과 지상의 것을 빨아올리려는 비행체 간의 사투를 박진감 넘치게 표현합니다. 이 작품은 또한 예술의 기원이 주술과 관련된다는 점도 확인하게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 타는 여자들'과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오랜 시간을 통과한 인물들의 삶을 다룹니다. '미싱 타는 여자들'은 가난과 차별 속에서 시대의 희생물로 여겨졌던 봉제 노동자들의 희망과 연대, 강인한 생명력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는 화가 김창열의 예술 정신과 삶을 아들의 시선으로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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