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름 기자 |
그런데 요즘 겨울 추위만큼이나 지역 정가도 매섭다. 최근 의정비가 대폭 인상된 구의회가 그렇다. 특히 동구와 서구의회는 양쪽에서 칼바람이 불듯 여야끼리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에도 하는 집안싸움, 뭐가 문제냐고 볼 수 있겠지만, 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동구에선 결과로 드러났다. 동구의회가 여야 갈등에 내년도 본예산을 부결하면서 동구는 내년 예산이 모두 날아가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여야 모두 대책도 없이 감정에 못 이겨 표결을 진행한 것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각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분명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전까지도 상의할 시간은 있었다. 표결 전 잠시 정회를 해 논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야 동수에 표결을 진행한 것을 두고 다들 추측하건대, '설마 니네 가?'라던지, 혹은 '아 몰라 우리 짜증 나'라는 무책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알았다면 더 큰 잘못이다.
서구의회는 여야가 서로 대놓고 저격 중이다. 최규 의원 그리고 서철모 서구청장 논란을 두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다수당이 민주당이다 보니 매번 여야가 아닌 구청장 VS 민주당 의원들의 대립 구도로 보였지만 '최규 사태'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구청장을 상대로 구정 질문에 나선 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최규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 발표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서 청장의 서구 체육회장 선거 비리 문제가 터지자 상황은 다시 역전됐는데, 민주당에선 논란이 터진 다음날 곧바로 서 청장 규탄대회를 열었다. 12월 16일엔 본회의장서 여야가 각자 서철모, 최규 사퇴 피켓을 내놓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구의회 무용론'이 일기는 하지만 현장을 돌아보면 열심히 일하는 구의원도 꽤 많다. 그래서 구의회 의정비 인상 때도 구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자는데 동감했다. 하지만 요즘 이들을 보면 '구민을 위한 일꾼'보단 역시나 '정당 꼭두각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밖에서 봤을 때 우리 어때요?"라고 물어보는 의원들도 있다. 지금 솔직히 제3자가 바라보기엔 유치하다. 때로는 우스운 상황에 팝콘을 씹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정당의 자존심, 더 나아가 향후 총선이 걸린 문제일 거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건 이들의 '칼바람'이 구민에게까지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바름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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