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산타클로스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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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산타클로스의 정신

이성만 배재대 교수

  • 승인 2022-12-19 14:25
  • 수정 2022-12-20 14:47
  • 신문게재 2022-12-20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이성만 배재대 교수
기독교가 세계화되면서 나라마다 별난 크리스마스 전통문화도 생겨났다.

기독교인이 인구의 1% 미만인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닌 세속적인 휴일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공휴일이다. 그럼에도 일본 특유의 생경한 전통이 형성되었는데,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하얀 수염을 기른 안경 쓴 남자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FC)이 "Kentucky for Christmas"라는 '거짓'-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이제 KFC의 프라이드치킨은 이곳만의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이 되었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전형적인 문화 축일은 아니지만, 최근에 특이한 관습이 발전했다. 북경어로 "크리스마스이브"는 Ping'anye(平安夜, the evening of peace)로 번역된다. 이것은 '사과'를 뜻하는 "pingguo"처럼 들려서 ping'anguo(平安果, peace apples)로 알려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 있는 사과가 탄생했다. 일본의 수용 자세가 생뚱맞다면 중국은 자기화를 거치면서 그들만의 창의성을 발휘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생뚱맞은 것도 창의적인 것도 거부한다. 오리지널을 추구한다. 거리도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닮아야 한다. 이때만은 예컨대 독일 사람들이 성탄절에만 커피에 곁들이는 '슈톨렌(Stollen)'을 먹어야 제격이라고 본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를 받아들이는 수용 방식도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공통적이라고 할 만한 크리스마스 문화도 있다. 바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위시리스트에 각별한 노력을 쏟는 산타문화다. 독일의 사례를 보자. 아이들은 자신의 위시리스트를 언제부터인가 전국의 여러 우체국으로 보낼 수 있는데, 주소는 Santa Claus나 Christ Child이다. 산타클로스가 이런 일을 벌이기 전에도 일부에서는 전통적으로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을 '아기예수'라 불렀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기예수'는 부지런히 일하지만, 요정 같은 인물만으로는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 모두 반응하기 어려워 고안한 것이 크리스마스 우체국이었다. 1960년 무렵 천국(Himmel), 천사(Engel), 니콜라스(St. Nikolaus) 등의 이름이 딸린 7 마을에 공식 크리스마스 우체국이 설치되었다. 니더작센 주의 히멜포르텐(Himmelpforten)의 것이 최초다.



우리네 아이들도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산타에게 손편지를 쓴다. 적어도 1960~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의든 타의든 이런 추억을 품고 있으리라. 자신의 소망을 담아 산타에게 뿐 아니라 국군장병에게,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부모형제에게도 손편지를 보내곤 했다. 세계의 기독교 수용 국가들이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에게 소망하는 어린이들의 위시리스트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은 아기예수나 산타에게 위시리스트를 밝게 칠하고 반짝이별을 붙인 손편지를 쓴다. "산타클로스 아저씨, 멋진 선물 주세요.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쿠키를 두었어요." "산타님, 잘 지내시죠? 건강은 어떠세요? 순록은 어떻게 지내나요? 작년에 제 소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헬로카봇에서부터 산악자전거, 게임기, 성적 향상에 이르기까지 받고 싶은 선물 목록도 가지각색이다. "산타님, 전쟁을 멈추고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산타에게, 코로나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죠?"

이렇게 연말연시에 쓰는 편지 전통은 19세기 초에 처음 나타났다. 당시에는 크리스마스 편지라고 했다. 그러나 그때는 산타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예쁘장한 편지를 썼다. 선물 대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순종과 근면과 선행을 맹세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구했다. 장난감 산업이 번창하면서 제조업체가 아이들이 선호하는 선물을 선택하는 위시리스트를 확산시켰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때만이라도 서로를 시기하고 반목할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산타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성만 배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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