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인화 회원들의 문인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역시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 위원회에서 후원을 했으며, 참여한 작가만도 오농 김진원 화백을 비롯하여 강용이, 권인식, 김기홍, 김미선, 김봉학, 김용길, 김향국, 박진현, 배석준, 서정목, 안국훈, 염희중, 유명숙, 이규옥, 이명희, 이영란, 이영애, 이용희, 이인숙, 정영미, 조경순, 한순례, 한영남 등 대전에서 이름난 분들로 24명이나 됐으니 그 크기와 규모를 알만했다.
필자는 이날 김정수 화백과 음악 지휘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노덕일 중구문화원장의 안내를 받아 관람할 수 있는 영광을 안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관람했으나 이런 문인화는 처음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서예) 초대작가 이영애 화백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조롱박을 화폭에 담았다. '조롱박'하면 그 이름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많을 것이다.
조롱박은 박의 변종으로 박과 매우 닮은 잎과 꽃이 달리는 덩굴성이다. 줄기는 길게 자라고 2개로 갈래진 덩굴손이 있어서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높게 올라가는 게 조롱박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영애 화백이 그린 조롱박은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조롱박을 그린 게 아니라 서너 개의 조롱박이 줄기에 매달린 독립성의 조롱박을 그린 것이다. 덩굴손은 있지만 물체를 감는 덩굴손이 아니었다.
이영애 화백의 조롱박 |
안내 받아 필자의 앞에 나타난 이영애 화백은 자신의 그림보다는 문인화의 큰별 김진원 화백부터 소개했다. 그만큼 자신을 낮추고 선배를 높이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외모도 성격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개성도 강해 보였다.
김진원 화백은 한지에 수묵화를 그린 그림에 '먹의 향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먹은 향기가 없다. 그런데도 먹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오랜 세월 먹과 함께 지냈단 말인가?
먹을 가는 일은 글쓰기 전, 정신과 육체가 일심동체가 되어야 한다. 물을 서너 방울 벼루에 떨어뜨린 다음 먹을 잡은 손에 힘을 적당히 살짝 주어 천천히 갈아야 한다.
내미는 손을 잡아보니 평생을 먹 갈며 살아온 모습이 은은하게 풍겨온다. 바로 김진원 화백이 느꼈던 먹의 향기인 것이다.
김진원 화백의 먹의 향기 |
서정목 화백의 백매 |
김용복 / 예술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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