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가 14일 충남대 평화의소녀상을 찾아 주정봉 충대민주동문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區)에 2020년 9월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정화 코리아협의회(KoreaVerband) 대표가 지난 14일 충남대 소녀상을 찾았다. 비영리 민간단체 '김복동의 희망'에서 주최한 국제컨퍼런스 참여 차 한국을 방문한 기간에 충남대 민주동문회 관계자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다.
한 대표가 이끄는 코리아협의회는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의 한 공원 입구에 관할 기관의 허가를 받고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그러나 일본의 압력을 받은 독일은 미테구를 통해 소녀상 허가 2주만에 결정을 번복해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면서 독일 내에서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미테구는 소녀상 철거 명령을 철회하고 지난해 11월에는 설치기간을 2년 더 연장함으로써 지금은 공원에서 주민들이 지키는 시설물이 됐다.
한 대표는 "공공기관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결정을 번복했다는 것에 대해 독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했고, 전쟁 중 여성폭력에 대한 세계적 여론도 형성돼 소녀상을 보호할 수 있었다"라며 "독일에서도 소녀상에 모자를 씌우고 꽃을 갖다 놓고, 여성폭력에 대해 대화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가 14일 충남대 제1학생회관에서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및 주정봉 충대민주동문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특히, 8월 15일 저녁 충남대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측과 합의 없이 기습 설치되면서 철거 논란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한 대표는 "독일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조형물을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해 지자체와 소송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었으나 법원은 시민의 손을 들어줬다"며 "국가가 그러한 조형물을 설치하지 않았으나, 추모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전쟁 중 여성의 성폭력과 인권을 상징하는 소녀상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회장은 "최근 전쟁이 격화되면서 전시 성폭력문제와 여성인권에 대해 재조명되면서 오히려 교육할 수 있도록 소녀상이 있음을 고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소녀상은 다시는 역사적 과오를 반복되지 않겠다는 취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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