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구 만년동의 한 헬스장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얼마 전 다른 헬스장에서 PT 30회에 135만 원을 결제한 B 씨는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겨 환급을 요구했으나 헬스장 측으로부터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이벤트 가격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정상가격을 뺀 나머지 금액만 돌려줄 수 있고, 정상가로 환산하면 돌려줄 금액이 없다는 헬스장 측의 주장에 B 씨는 환불받지 못했다.
'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 계도기간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10곳 중 3곳(34.3%)은 여전히 가격 표시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이용이나 다회 수강권의 할인 이점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했다가 환급 시 정상가격을 적용해 금액을 낮추거나 공제하는 체육시설 이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는 시설 내 소비자가 잘 보이는 위치와 등록신청서에 서비스 내용과 가격, 환급 기준을 명확하게 표시하는 제도다.
한국소비자원 대전지원과 충남대 소비자학과가 11월 7일부터 18일까지 '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작위로 정한 102개소 중 34.3%에 해당하는 35개소는 등록 신청서나 안내판을 비치하지 않고 소비자가 문의할 때만 설명해줬으며, 이 중 5곳은 이마저도 말로만 안내하는 등 편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급 기준을 공지하지 않는 업소는 15.7%(16곳), 전체 중 93%에 해당하는 80곳은 환급에 대해 사업장 자체기준을 적용하고 있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정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따르는 곳은 7%인 6곳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취소일까지 이용일수에 해당하는 금액과 총 이용금액의 10% 공제 후 돌려줄 것을 권하고 있다.
15일 만년동의 한 헬스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해보니, 2명이 동시에 5개월 이상 결제할 경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설 내 가격표시를 하지 않은 채 환급도 구두로만 설명하고 있었다.
헬스장 관계자는 "두 명이 이벤트 가격으로 결제한 후 변심을 이유로 취소하면 한 명이 대신 남은 기간을 쓸 수 있지만 환급은 어렵다"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는 가능하며, 양도에 따른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지역 체육시설의 95%를 차지하는 헬스장·휘트니스센터 관련 소비자 상담은 올해 6월까지 207건이 접수됐으며, 대전소비자원 상담 품목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810건으로 2위를, 지난해엔 199건으로 5위에 오르는 등 체육시설 관련 소비자 민원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 홍보 활동에 소비자도 포함해야 한다"며 "과태료 부과 등 강한 제재와 인센트티브를 부과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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