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母(어머니 모) 價(가치 가, 최고 가) 擇(가릴 택) 選(가릴 선. 좋을 선)
출 처 : 한국의 야사(韓國의 野史), 박재형(朴在馨)의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
비 유 :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모범적인 어머니의 생각과 실천
한 해(歲)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우리는 이 시점(時點)을 세모(歲暮)라고 부른다.
세모가 되면 한 해(歲)를 돌아보게 되고, 날씨가 추워지므로 바깥나들이 보다는 집안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이쯤 되면 가정과 가족이 더 생각나고 포근한 분위기가 그리워져, 생애 가장 포근하게 느꼈던 어머니 품이 생각난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으로 한 세상을 사시는 분이신 어머니가 가장 그리워지는 시기이다.
이 세상 어느 어머니인들 자식이 올바르게 잘 자라고 또 그 자식이 세상을 밝게 하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도록 기원하지 않으시는 분이 있으시겠는가! 어머니는 당신의 능력이 다 할 때까지 세상사 무슨 짓(도둑질 빼놓고)을 하든지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선뜻 나설 하나 뿐이신 분, 바로 어머니시다.
조선 중엽 영의정을 지낸 홍서봉(洪瑞鳳)의 어머니 류(柳)씨는 학식(學識)과 덕망(德望)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는 당시의 관습대로 여자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남자 동생(柳夢寅/류몽인)이 배우는 글을 어깨 너머로 배워, 글을 깨우쳤지만, 시문(詩文)에도 능해 학식 있는 지식인들까지도 그녀를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홍서봉(洪瑞鳳)이 세 살 때 아버지 홍천민(洪天民)이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류(柳)씨는 홀로되어 어린 아들을 양육하며, 직접 가르쳤는데 아들이 글을 낭송할 때면 언제나 중간에 발을 치고 그 소리를 경청했다.
한번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 조카가 류(柳)씨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큰 어머님께서는 어째서 아들이 글을 읽을 때면 꼭 발을 치시는 겁니까?"
이에 류(柳)씨는 인자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그건 바로 서봉이가 내 자식인 까닭이다. 자식이 눈앞에서 글을 잘 깨우치면 세상에 어느 부모가 기쁘지 않겠느냐, 너도 알다시피 서봉이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불쌍한 아이다. 그런데 어머니인 내가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그저 위하기만 한다면 장차 서봉이의 앞날은 어찌 되겠느냐? 필경 제 하나밖에 모르는 철부지가 되고 말 것이야."
류(柳)씨는 자신도 모르게 흐려지는 시야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너, 이것이 뭔지 아느냐?" 류(柳)씨는 방 한구석에 놓인 비단 보따리를 가져왔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류(柳)씨는 아무 말 없이 비단 보따리를 풀었다
"아니 회초리가 아닙니까?"
놀라는 조카를 보며 류(柳)씨는 표정을 잃지 않고 대답 했다.
"그렇다. 회초리다. 아까 말하다 말았다만 만약 서봉이가 자기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어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방자하고 교만해질지도 모를 노릇이요. 또 이렇게 회초리를 비단 보자기에 싸두는 것은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까닭이니라."
류(柳)씨는 말끝에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카는 큰어머니의 깊은 속뜻을 그제야 알 것 같아 무릎을 꿇은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렇게 자식에 대한 류(柳)씨의 훈육(訓育)은 남달랐다.
류(柳)씨는 아들 서봉이 장성할 때까지 비단 보따리에 싼 회초리를 방에서 치우지 않았다.
후일 류(柳)씨의 수연(壽宴) 잔치가 있던 날, 인조 임금께서는 하사품을 내리시어 류(柳)씨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조정(朝廷)의 이름난 대신들 또한 대거 참석하여 류(柳)씨의 공(功)을 칭송했다.
이런 비장(悲壯)하고도 엄(嚴)한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은 홍서봉은 훗날 조선 중기의 문필에 뛰어난 문신이자, 영의정을 지내는 훌륭한 재상이 된다.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위해서 어떤 훈육이 좋을지 매 순간 고민한다.
칭찬을 자주 해 주어야 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훈계(訓戒)없는 교육은 자식에게 학문(學文)은 가르칠 수 있어도 인품(人品)과 덕성(德性)은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 이것이 '최고의 교육'이 될 것이다.
근대의 과학적 교육학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독일의 헤르바르트는 "교육은 원래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부모보다 더 자연스럽고 호적한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진실 되고,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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