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8강 모가택선(母價擇選)-2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48강 모가택선(母價擇選)-2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2-12-15 10:09
  • 수정 2023-05-02 11: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48강: 母價擇選-2(모가택선-2) : 어머니의 가치 있는 선택

글 자 : 母(어머니 모) 價(가치 가, 최고 가) 擇(가릴 택) 選(가릴 선. 좋을 선)

출 처 : 한국의 야사(韓國의 野史), 박재형(朴在馨)의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

비 유 :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모범적인 어머니의 생각과 실천





한 해(歲)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우리는 이 시점(時點)을 세모(歲暮)라고 부른다.

세모가 되면 한 해(歲)를 돌아보게 되고, 날씨가 추워지므로 바깥나들이 보다는 집안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이쯤 되면 가정과 가족이 더 생각나고 포근한 분위기가 그리워져, 생애 가장 포근하게 느꼈던 어머니 품이 생각난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으로 한 세상을 사시는 분이신 어머니가 가장 그리워지는 시기이다.

이 세상 어느 어머니인들 자식이 올바르게 잘 자라고 또 그 자식이 세상을 밝게 하는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도록 기원하지 않으시는 분이 있으시겠는가! 어머니는 당신의 능력이 다 할 때까지 세상사 무슨 짓(도둑질 빼놓고)을 하든지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선뜻 나설 하나 뿐이신 분, 바로 어머니시다.

조선 중엽 영의정을 지낸 홍서봉(洪瑞鳳)의 어머니 류(柳)씨는 학식(學識)과 덕망(德望)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그는 당시의 관습대로 여자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남자 동생(柳夢寅/류몽인)이 배우는 글을 어깨 너머로 배워, 글을 깨우쳤지만, 시문(詩文)에도 능해 학식 있는 지식인들까지도 그녀를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홍서봉(洪瑞鳳)이 세 살 때 아버지 홍천민(洪天民)이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류(柳)씨는 홀로되어 어린 아들을 양육하며, 직접 가르쳤는데 아들이 글을 낭송할 때면 언제나 중간에 발을 치고 그 소리를 경청했다.

한번은 이를 이상하게 여긴 조카가 류(柳)씨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큰 어머님께서는 어째서 아들이 글을 읽을 때면 꼭 발을 치시는 겁니까?"

이에 류(柳)씨는 인자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그건 바로 서봉이가 내 자식인 까닭이다. 자식이 눈앞에서 글을 잘 깨우치면 세상에 어느 부모가 기쁘지 않겠느냐, 너도 알다시피 서봉이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불쌍한 아이다. 그런데 어머니인 내가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그저 위하기만 한다면 장차 서봉이의 앞날은 어찌 되겠느냐? 필경 제 하나밖에 모르는 철부지가 되고 말 것이야."

류(柳)씨는 자신도 모르게 흐려지는 시야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너, 이것이 뭔지 아느냐?" 류(柳)씨는 방 한구석에 놓인 비단 보따리를 가져왔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류(柳)씨는 아무 말 없이 비단 보따리를 풀었다

"아니 회초리가 아닙니까?"

놀라는 조카를 보며 류(柳)씨는 표정을 잃지 않고 대답 했다.

"그렇다. 회초리다. 아까 말하다 말았다만 만약 서봉이가 자기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어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방자하고 교만해질지도 모를 노릇이요. 또 이렇게 회초리를 비단 보자기에 싸두는 것은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까닭이니라."

류(柳)씨는 말끝에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카는 큰어머니의 깊은 속뜻을 그제야 알 것 같아 무릎을 꿇은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렇게 자식에 대한 류(柳)씨의 훈육(訓育)은 남달랐다.

류(柳)씨는 아들 서봉이 장성할 때까지 비단 보따리에 싼 회초리를 방에서 치우지 않았다.

후일 류(柳)씨의 수연(壽宴) 잔치가 있던 날, 인조 임금께서는 하사품을 내리시어 류(柳)씨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조정(朝廷)의 이름난 대신들 또한 대거 참석하여 류(柳)씨의 공(功)을 칭송했다.

이런 비장(悲壯)하고도 엄(嚴)한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은 홍서봉은 훗날 조선 중기의 문필에 뛰어난 문신이자, 영의정을 지내는 훌륭한 재상이 된다.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위해서 어떤 훈육이 좋을지 매 순간 고민한다.

칭찬을 자주 해 주어야 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훈계(訓戒)없는 교육은 자식에게 학문(學文)은 가르칠 수 있어도 인품(人品)과 덕성(德性)은 가르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 이것이 '최고의 교육'이 될 것이다.

근대의 과학적 교육학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독일의 헤르바르트는 "교육은 원래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부모보다 더 자연스럽고 호적한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진실 되고,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추석 기름값 부담 덜었는데, 왜 충청권만 비쌋을까?
  2. 뉴 라이프 웰니스 유성온천!
  3. 학교 당직근무자 열악한 처우 개선 촉구 "명절만이라도 모두가 평등해야"
  4. 대전서부교육청 "전문상담사도 수퍼비전으로 마음 챙겨요"
  5.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안서 작성법은?
  1. '아~대전부르스·못 잊을 대전의 밤이여' 대중가요 속 이별과 그리움의 대명사
  2.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3.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4.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5. 산에서 함부로 도토리 주우면 안된다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의대열풍 현실화… 수시 지역인재전형 4.4배↑

충청권 의대열풍 현실화… 수시 지역인재전형 4.4배↑

2025학년도 충청권 의과대학 수시모집 지역인재 전형에 지난해보다 4배가 넘는 수험생이 지원해 '충청권 의대 열풍'이 현실화 됐다. 다만 충청권 의대 지원자들의 수도권 중복 합격으로 인한 이탈 현상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종로학원이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지역인재전형 접수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충청권에선 374명 모집에 5330명이 지원해 가장 높은 14.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수는 지난해 1213명에서 4.4배 늘었다. 비수도권 전체 26개 의대(단국대 천안 제외) 지역인재전형 지..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지난해 지방세를 1억원 넘게 안 낸 고액 체납자가 대전에 69명이고, 이들이 안내 총 체납액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33명·78억원, 충남은 111명·241억원, 충북은 70명 1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세 체납액 규모는 ▲2021년 3조 3979억원 ▲2022년 3조 7383억원 ▲2023년 4조 59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체납자 상위 0.6%가 전체 체납액의 4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매달 4억이 넘는 월세로 논란이 됐던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 월 수수료가 기존과 비슷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과하게 높아진 월 수수료 탓에 철수까지 고심하던 성심당은 이번 모집 공고로 대전역점 계약 연장의 길이 열렸다. 18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최근 대전 역사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전까지 5차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월평균 매출액 기준액은 22억 1200만 원으로, 월 수수료는 매출 평균액의 6%인 1억 33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월 수수료 4억 4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