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암흑물질이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암흑물질이란 무엇인가?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 승인 2022-12-15 16:27
  • 신문게재 2022-12-1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현재 천문학의 최대 화두는 암흑물질이다. 그동안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성단, 은하들이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러한 눈에 보이는 밝은 천체들이 주요 구성원이 아니었다. 이들은 우주 전체 물질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다른 은하의 세부 구조를 관측 연구하여서 알게 된 것인데, 대형망원경으로 은하를 구성하는 개개 별들의 공전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은하에 속한 별들은 은하의 중심 주위를 회전한다. 이 별들은 회전 운동하며 생기는 원심력이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잡아당기는 중력과 평형을 이루어서 공전하는 것이다. 뉴튼의 만유인력과 케플러의 궤도운동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별이 빠르게 원운동을 하면 원심력이 커져서 그 은하에 속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버리게 된다. 은하의 바깥쪽으로 갈수록 중력이 작아지므로 천천히 회전해야만 원심력도 줄어들어서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이다. 600㎞ 상공에서 도는 저궤도 인공위성은 1시간 37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씩 도는 반면에 36,000㎞ 상공에 높이 떠 있는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 자전속도와 똑같이 하루(24시간)에 한 바퀴씩 돌면서 궤도를 유지한다. 저궤도 위성의 속도는 시속 27,200㎞인데 반해, 정지궤도 위성은 시속 11,100㎞로서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천천히 돈다.

그런데 은하에 속한 별들의 속도를 측정하여보니,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들의 속도가 커지는 것이다. 이것은 만유인력과 케플러의 법칙에 어긋난다. 빠른 속도로 궤도운동을 하는 별들이 은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으려면 은하가 훨씬 더 무거워서 별을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훨씬 더 강해야 하는 것이다. 관측결과로부터 계산한 결과, 은하의 질량은 우리가 관측한 소속 별들의 질량 총합보다 5배는 더 커야 한다. 즉,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들이 4배 더 그 은하에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러한 물질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붙였고, 천문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그것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관측하고 연구하고 있다.



암흑물질의 증거는 또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직진하는 빛도 중력에 의해서 휘게 된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중력렌즈라는 현상이 생긴다. 멀리 있는 은하에서 나온 빛이 그 앞에 있는 다른 은하의 중력에 의해 반듯이 직진하지 못하고 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앞에 있는 은하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야 할 뒤쪽의 은하가 앞 은하의 옆에 찌그러져서 보이게 된다. 이것이 중력렌즈 현상이다. 그런데 뒤 은하에서 오는 빛의 휘는 정도가 앞 은하의 질량에 비해서 훨씬 더 크다. 앞 은하에 속한 별들의 질량의 총합보다 훨씬 더 무거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 이렇게 별들보다 4배나 더 무거우면서 빛나지 않는 물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암흑물질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대형망원경과 최신의 관측기기들을 가지고 열심히 관측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 정체를 밝혀내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일 뿐더러, 이러한 물질을 이용해서 인류문명을 4배 이상 훨씬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우주의 법칙이 더 있어서, 만유인력과 같은 또 하나의 우주 원리를 찾아낼지도 모르겠다.

우주의 백화점에는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진귀한 물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주에 대한 의문점을 꾸준히 밝혀내 왔듯이, 암흑물질의 비밀도 100년 이내에 풀어낼 것으로 믿는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성능 좋은 망원경이 올해부터 가동되어 우주의 신비를 하나씩 벗겨내고 있다. 지상에서도 구경 25m의 거대마젤란망원경을 비롯한 극대형 망원경들이 건설되고 있다. 대형 우주망원경과 지상의 거대망원경을 이용하여 암흑물질의 근원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케플러가 행성의 궤도 법칙을 밝혀내어서 현재 인공위성의 궤도를 이루는 기초가 되었듯이, 암흑물질의 원리가 미래 인류의 우주탐사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기술센터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2. [월요논단]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와 실
  3. 코레일, 환경·동반성장·책임 강조한 새 ESG 비전 발표
  4. 국가철도공단 전 임원 억대 뇌물사건에 검찰·피고인 쌍방항소
  5. "2026년 달라지는 대전생활 찾아보세요"
  1. 성착취 피해 호소 대전 아동청소년 크게 늘어…"기관간 협력체계 절실"
  2. 29일부터 대입 정시 모집…응시생 늘고 불수능에 경쟁 치열 예상
  3. '티라노사우루스 발견 120주년'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특별전
  4.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5. KAIST 비싼 데이터센터 GPU 대신 내 PC·모바일 GPU로 AI 서비스 '스펙엣지' 기술 개발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 "형식적 특별시는 시민동의 얻기 어려워"

이장우 대전시장은 29일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 '형식이 아닌 실질적 특별시 완성'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이날 주재한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시) 관련 핵심 특례 확보에 행정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조직권·예산권·세수권 등 실질적 특례가 반드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법안이 가장 중요하다"며"형식적 특별시로는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방정부 모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각..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통합, 세종시엔?… "기회이자 호재"

대전·충남 행정 통합 흐름은 세종특별자치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지역 정치권과 공직사회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준현 세종시당위원장(을구 국회의원)이 29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세종이 충청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호재"라고 말했다. 최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상징성 약화' 우려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대전 중소기업 16.3% "새해 경영환경 악화될 것"… 비관론 > 낙관론 '2배 격차'

새해 경영환경에 대한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지역본부(본부장 박상언)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대전지역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2%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3%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8.5%)보다 두 배가량 많아 내년 경영 여건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