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부장 |
가치투자의 거장을 동경해서 혹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서 등의 이유로 인터넷/유튜브 속 들려오는 정보, IR자료, 차트 이상으로 분석을 하려다 보면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관은 무슨 수로 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할 것을 미리 알고 선취매를 했으며, 아직 재무제표상 지표의 개선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을 미리 할 수 있었던 걸까?
기관과 일반 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할 때의 규모의 차이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은 개인투자자는 시장에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가 동일해도 필요한 정보를 필터링하는 능력에서 뒤처지는 데다 얻어 낼 수 있는 정보의 질조차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자산시장을 탓하고 국가를 탓하는 방법도 있고, 시장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며 오지 않을 시대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마련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주주환원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월 배당, 분기 배당 등을 안정적으로 취득하며 재투자를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투자를 한다 던지, 신흥국 ETF 투자를 통해 고성장을 노려보는 등의 선택지도 있겠지만 해외기업들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한들 우리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자국 시장에 대해 분석하고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보다 많이, 또 정확하게 취득하고 분석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거 같다.
한국 자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투자자는 나무(기업)와 숲(산업&사이클)을 보는 시야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투자자와 달리 연말, 월말, 분기 말 리벨런싱(편입자산 재조정)의 압박도 없고, 지정된 펀드 종료일까지 수익을 실현해야 된다는 시간의 제약도 없다. 내가 어떤 산업에 대해 공부하고 그 산업 속에서 저평가된 기업(ex-기술력, 사업의 확장 속 적자였던 기업의 흑자전환 후 매출증대가 이뤄질 시기에 대한 이해 등)을 발굴해 냈다고 믿으면 그 평가가 시장에 의해 새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기를 시장 사이클을 통해 이해하고 기다린다면 시장은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줄 것이다.
물론 저평가라는 이유에 오너리스크, 상속리스크, 지주회사의 저평가, 사양 산업에 대한 시장 소외 등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평가를 새로이 받기까지 시간이 크게 소모되거나 혹은 리벨류에이션 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시장이 모종의 이유로 눌리거나 튀어 올랐을 때 시간이 흘러 결국 있어야 할 자리로 오는 것처럼 기업에 투자할 때는 과거의 행적, CEO와 CFO의 움직임, 기업이 IR에서 그린 청사진, 그들이 그린 그림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보라. 그다음,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읽고 그 방향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업 내부구조 공부의 시간을 갖추어라. 마지막으로 나의 청사진과 그들의 그린 미래의 모습이 일치한다면, 그리고 투자를 지속한다면 필히 보답 받을 것이다. 시장에 진입해 있는 이상 지속적으로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지지 않는 싸움을 하는 투자자가 강한 투자자로 시장의 인정을 받는다.
이길 전장을 찾아 원하는 싸움의 방식으로 싸울 수 있는 기술을 지니고 강점을 절대 잊지 말아라. 마지막으로 세계적 투자가 워렌 버핏의 글로 올해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돈을 잃지 마라. 그리고 모른다면 나는 투자하지 않는다'
/교보증권 대전지점 정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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