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서로를 보는 따뜻한 시선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서로를 보는 따뜻한 시선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 승인 2022-12-14 13:16
  • 신문게재 2022-12-15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서경동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겨울이 왔다. 연말이다.

2022년 막바지 연극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사뭇 다른 표현을 쓴다. 물론 일의 연장선으로 서로의 공연을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비난과 비평은 다르다고 본다.

지금의 관객은 미디어의 발달로 눈높이가 높다. 많은 투자로 영상이 발전되었고 이제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이 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도 넓어졌다. 연극도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며 여러 공모사업과 기업의 후원을 맺어 주기도 하면서 예술 경영이 발전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로 침체하여 더디게 성장할 거 같았던 연극은 오히려 관객을 만나려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서 연극 시장은 3년 안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역 연극 예술은 장벽이 많다. 지역 연극 예술은 그 3년 안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굳이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할 필요는 없지만, 시선이 아직 좁다. 지역에서 몸담은 터줏대감의 연극인들과 신진 예술인들이 잘 어우러져 다양한 시도와 공연이 나오기를 희망하지만, 작품을 보는 시각이나 공연의 다양성은 몇몇 연극인들이 가치 있게 보는 연극의 시각과 다르게 보이나 보다. 기존 연극형식에 집약되고 있는 건 연극이 제자리에 있다는 증거다. 굳이 연극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권위만을 찾는 소리로 본인들이 보는 시각의 연극만이 진짜 연극이라 하며 그 외의 시도와 도전을 저평가한다.



연극의 다양성과 실험성은 여러 형식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기도 하는 게 현대 연극의 특징이고 무대 예술의 발전을 가져온다. 순수예술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매니아적 예술이라면 그 예술을 보여줄 때 공감을 일으키고 관객이 티켓 값을 아까워하지 않고 즐거웠다면 의미가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서로 공존하면 지역 연극이 좀 더 많은 관객에게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젊은 관객층의 자리를 확보해 나간다면 지역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해 보자 영화표 값과 연극 표의 값의 차이는 별로 없다. 관객이 영화와 연극 앞에서 과연 몇 명이 연극 공연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젊은 관객이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공연을 가볍게만 볼 필요가 있을까? 즐거움과 유익함의 주는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연극협회원만 100명이 넘는 숫자지만 그 숫자의 연극인이 대전 연극인의 다는 아니다. 젊고 패기 있는 연극인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페미니즘 연극을 만들고, 성 소수자의 연극, 등 좀 더 나아가 인간 욕구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 내며 고전과 현대를 넘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될 수 있다면 좋겠다.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실험 형식을 보여 주자면 재단에서도 열린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싶다. 공모 사업에서 청년, 중년 등의 제도로만 나누지 말고 실험적 공모와 초기부터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여러 제도의 공모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협회에서도 기존 연극인들이 살아남을 연극의 제도뿐 아니라 연극을 시작하는 신진 그룹을 위한 제도도 필요하겠다. 무엇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연극 속에서 우리는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고 불평등을 꼬집고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길 희망하며 만든다. 현실의 연극계도 연극이라는 매개체로 서로를 존중하며 가치 있는 작업물이 쏟아져 나와 다양한 공연을 평등하게 봐주면 좋겠다. 그렇게 다양한 연극 공연이 만들어지면 관객층도 다양하게 변할 것이다. 그 다양한 층의 관객이 만들어 지면 그것이야 말로 지역 연극이 발전되는 토양이 된다. 또 한 신진 연극인들도 지역에서 자리 잡고 그들이 10년, 20년 뒤에도 연극이라는 일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서로를 보는 따뜻한 시선, 애정 어린 시선이 연극을 사랑하는 연극인의 모습이다.

공연장으로 향한 발걸음은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주변을 서성거린다. 제법 추워진 날씨 탓에 코트 깃을 여미고 있다. 나 또한 어떤 자세로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2023년 지역 연극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립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