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
2022년 막바지 연극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공연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사뭇 다른 표현을 쓴다. 물론 일의 연장선으로 서로의 공연을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비난과 비평은 다르다고 본다.
지금의 관객은 미디어의 발달로 눈높이가 높다. 많은 투자로 영상이 발전되었고 이제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이 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도 넓어졌다. 연극도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며 여러 공모사업과 기업의 후원을 맺어 주기도 하면서 예술 경영이 발전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로 침체하여 더디게 성장할 거 같았던 연극은 오히려 관객을 만나려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서 연극 시장은 3년 안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역 연극 예술은 장벽이 많다. 지역 연극 예술은 그 3년 안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굳이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할 필요는 없지만, 시선이 아직 좁다. 지역에서 몸담은 터줏대감의 연극인들과 신진 예술인들이 잘 어우러져 다양한 시도와 공연이 나오기를 희망하지만, 작품을 보는 시각이나 공연의 다양성은 몇몇 연극인들이 가치 있게 보는 연극의 시각과 다르게 보이나 보다. 기존 연극형식에 집약되고 있는 건 연극이 제자리에 있다는 증거다. 굳이 연극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권위만을 찾는 소리로 본인들이 보는 시각의 연극만이 진짜 연극이라 하며 그 외의 시도와 도전을 저평가한다.
연극의 다양성과 실험성은 여러 형식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기도 하는 게 현대 연극의 특징이고 무대 예술의 발전을 가져온다. 순수예술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매니아적 예술이라면 그 예술을 보여줄 때 공감을 일으키고 관객이 티켓 값을 아까워하지 않고 즐거웠다면 의미가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서로 공존하면 지역 연극이 좀 더 많은 관객에게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젊은 관객층의 자리를 확보해 나간다면 지역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해 보자 영화표 값과 연극 표의 값의 차이는 별로 없다. 관객이 영화와 연극 앞에서 과연 몇 명이 연극 공연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젊은 관객이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공연을 가볍게만 볼 필요가 있을까? 즐거움과 유익함의 주는 공연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연극협회원만 100명이 넘는 숫자지만 그 숫자의 연극인이 대전 연극인의 다는 아니다. 젊고 패기 있는 연극인들이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페미니즘 연극을 만들고, 성 소수자의 연극, 등 좀 더 나아가 인간 욕구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 내며 고전과 현대를 넘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될 수 있다면 좋겠다. 다양한 이야기와 다양한 실험 형식을 보여 주자면 재단에서도 열린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싶다. 공모 사업에서 청년, 중년 등의 제도로만 나누지 말고 실험적 공모와 초기부터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여러 제도의 공모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협회에서도 기존 연극인들이 살아남을 연극의 제도뿐 아니라 연극을 시작하는 신진 그룹을 위한 제도도 필요하겠다. 무엇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연극 속에서 우리는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고 불평등을 꼬집고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길 희망하며 만든다. 현실의 연극계도 연극이라는 매개체로 서로를 존중하며 가치 있는 작업물이 쏟아져 나와 다양한 공연을 평등하게 봐주면 좋겠다. 그렇게 다양한 연극 공연이 만들어지면 관객층도 다양하게 변할 것이다. 그 다양한 층의 관객이 만들어 지면 그것이야 말로 지역 연극이 발전되는 토양이 된다. 또 한 신진 연극인들도 지역에서 자리 잡고 그들이 10년, 20년 뒤에도 연극이라는 일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서로를 보는 따뜻한 시선, 애정 어린 시선이 연극을 사랑하는 연극인의 모습이다.
공연장으로 향한 발걸음은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주변을 서성거린다. 제법 추워진 날씨 탓에 코트 깃을 여미고 있다. 나 또한 어떤 자세로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2023년 지역 연극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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