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 잉크 가격 등 인쇄 원·부자재 값이 오르며 지역 인쇄업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납품단가연동제는 도급 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변동될 경우 원청업체 사업자가 하청업체 사업자에게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는 제도로,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으나 대부분 중소기업이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추진됐다.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공공기관에 발주한 지역 인쇄업체는 더욱 힘든 한 해를 보냈다. 13일 기자가 동구 삼성동에 있는 종이 유통업체에 물어보니 업무용으로 흔히 쓰이는 백색모드 80g A4 크기의 인쇄종이 500매는 5600원으로 팔고 있었다.
올해 원자재 가격이 40~50% 가까이 뛰었지만, 발주는 지난해 기준으로 정해져 물가 상승 부담은 고스란히 영세 인쇄인들이 감당해야 했다. 공공기관에선 이미 예산을 정해놓은 터라 단가를 조정하기 어려워 유찰되거나 부수·물량을 줄이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정문화 대전인쇄협동조합 이사는 "종이, 잉크가격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기존 계약대로 진행하면 업체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며 "납품단가연동제가 통과됐다곤 하지만 제도적으로 정착돼 피부로 느끼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펄프 가격과 해상운임 급등에도 제지업계 대기업인 한솔과 무림은 고환율로 호황을 봤다. 3분기 매출은 6164억 원, 영업이익은 4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360%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도 222억 원으로 5499% 올랐다. 무림 P&P 매출은 2205억 원, 영업이익은 339억 원으로 각각 52%, 302%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176억 원으로 360% 상승했다.
이에 지역 인쇄업체의 시름을 덜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원자재 가격이 올라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민원을 들었지만, 예산을 함부로 올리지 못해 단가를 조정한 적은 없다"며 "인쇄 계약을 맡길 때 지역 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지만, 자체적으로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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