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피와 눈물의 역사' 지역의 자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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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피와 눈물의 역사' 지역의 자산되다

대전 서구 장안-진산 성지 숲길 내년 5월 조성 예정
조선 천주교박해로 장태산 신앙공동체 마을 형성 역사
진산성지로 이어지는 고갯길 통해 신앙생활 이어가

  • 승인 2022-12-12 10:18
  • 신문게재 2022-12-13 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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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진산 성지성당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2023년 5월 29일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긴다. 대전 서구와 충남 금산군, 천주교 대전교구는 국내 천주교 역사의 산실인 금산 진산성지와 서구 장안동을 잇는 숲길을 조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장태산에 총 6.3km 규모의 산림 휴양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예로부터 장태산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얼이 깃든 곳이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지금의 장안동 일대에 마을을 형성한 신앙 공동체는 진산성지와 연결되는 고갯길을 왕래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이번 숲길 조성 추진은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활용하는데 의미가 있다. <편집자 주>

금산 진산성지는 천주교 박해로 벌어진 '진산사건'(정조 15년)의 진원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우리나라 최초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와 권상연(야고보)가 시복됨에 따라 천주교인들의 대표 성지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 역사는 '피와 눈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주교는 17세기 조선 후기 유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서학과 함께 등장했다. 이때부터 전국 각지에서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형성됐다. 윤지충 역시 한국의 첫 영세자인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아 전라도 진산군(현 충남 금산 진산면)에서 가족들과 신앙생활을 했다.

문제는 유교적 풍습인 제사를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1791년 모친상으로 윤지충은 천주교식 제례를 지냈고 이를 인지한 조선 조정이 윤지충과 권상연을 구금해 배교를 강요한다. 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자 두 사람을 참형에 처했는데, 이 사건이 '신해박해', '진산사건'이다. 진산 사건 이후 조선 조정은 천주교를 유교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리고 100여 년 동안 천주교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 박해가 이어졌다.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왼쪽부터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
여기서 장태산은 천주교 신자들의 피신처가 됐다. 병인박해 당시 현 장안동 산골짜기에 천주교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됐다. 장태산에서만 천주교 대표하는 순교자 10명이 나왔는데, 그중 당시 장안동 신도회장이었던 한재권(요셉), 손선지 (베드로), 정원지(베드로)는 1984년 천주교 최고 명예인 성인품에 올랐다.

순교한 윤지충과 권상연의 유지를 받든 신앙공동체는 인근의 금산 진산성지와 연결되는 산중 고갯길을 왕래하며 신앙활동을 했다. 이후에 이 숲길은 진산으로 이동하는 보부상과 지역민들의 연결통로가 됐다.

1927년에는 진산성지에 성당이 건립됐다. 이 성당은 등록 문화재 제682호로 지정된 가운데 현재까지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숭고한 역사는 지역의 역사 자산이 됐다. 장안동과 진산성지를 잇는 고갯길은 내년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재탄생한다. 역사성에 주목해 대전 서구와 금산군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숲길 정비와 전망대, 안내판 등을 설치해 관광 명소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천주교 대전 교구와 진산 성지 성당은 역사 발굴과 홍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각 협력기관은 문화, 종교 스토리텔링을 통한 명소화로 천주교 신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역민들에겐 산림휴양공간을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철모 서구청장은 "대전 서구-금산을 잇는 '장안-진산성지 숲길'을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장태산 휴양림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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