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지명희 화백이 그린 정통미술 민화를 감상하고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지명희 화백이 그린 정통미술 민화를 감상하고

김용복/ 극작가, 평론가

  • 승인 2022-12-11 11:3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민화는 우리조상들이 실용을 목적으로 그렸던 그림으로. 산수, 화조 따위의 정통 회화를 모방한 것으로 소박하고 파격적이며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갑남을녀 누구나 그림에 소질만 있으면 그렸던 그림을 민화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의 소재로는 우리네 생활과 가까운 새나, 꽃, 물고기들이 주를 이루고 호랑이를 그리되 무섭게 보이는 호랑이가 아닌 익살스런 호랑이를 그렸던 것이다.

따라서 민화는 향교 문화의 뿌리인 유교사상의 휴머니즘사상과 자연주의사상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회화적으로 완성시킨 순수회화인 것인 동시에, 민화는 행운이 뒤따르기를 바라는 길상(吉祥)적 해석이나, 불교나 기독교 등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도상학(圖像學)적 해석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조형미나 회화적인 관점을 등한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3
민화전 안내판
대전 한밭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는 우리의 정통 미술인 민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필자가 찾은 한밭도서관에 전시된 민화 역시 새나 매화가 소재로 된 그림이 많았다.



필자의 지인인 김창헌 교수가 자기 아내의 그림인 화조도 두 폭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했기에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김교수의 부인 지명희 화백도 목련꽃에 원앙새를 그린 화조도와, 국화에 비둘기를 그린 화조도를 선 보였다.

지 화백의 화조도를 보는 순간 이규보의 '원앙희작(鴛鴦?作)'이란 시가 문득 생각났다.

원앙새를 소재로 했는데도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碧池春暖?舒紋 (푸른 연못 따스한 봄 주름 비단 무늬 펴고)

盡日雙浮不暫分 (종일 짝져 잠시도 떨어지질 않는구나.)

莫使美人容易見 (미인에게 손쉽게 보여주지 말려무나)

片時勿欲放郞君 (잠시라도 낭군을 놓아주려 않을 테니.)

이규보 시인은 봄날 물 불어 넘실대는 연못 위에 비단옷 곱게 차려입은 원앙 한 쌍이 하루 종일 물 위를 떠다니며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제목에 '원앙희작'이란 단어를 붙였다. 왜 그랬을까?

원앙의 다정하게 노니는 모습을 아내가 보기라도 할 양이면 그녀도 사랑하는 남편 곁을 잠시라도 떠나려 하지 않겠기에 아내에게만은 이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림이기에 '희작'이란 단어를 제목에 붙였던 것이다.

예끼, 이 사람 응큼하기 짝이 없는 이규보.

아내가 살아 곁에 있는 것만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 원앙의 정다운 모습을 아내가 볼까 봐 염려했다니. 어디 숨겨 놓은 여인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f20647b0a5daac758f7c579869da31a356e0108b
지명희 화백의 화조도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사진 왼쪽>.
결론을 맺자.

오늘 필자가 본 민화전시회는 12월 24일(토)까지 전시된다고 한다. 다른 화백들의 민화도 각자 개성이 돋보여 시선을 끌었으나 특히, 고경희 화백이나 봉희경 화백, 송옥순 화백, 이희자 화백, 주영희 화백의 '호작도' 그림, 조우현 화백의 '약리도' 그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이들 화백들과 차 한 잔 나누며 민화 감상의 재미에 빠져보고 싶다.

2
주영희 화백의 호작도(익살스런 호랑이 모습이 재미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2.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3.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1.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2.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5.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