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께 평일 출근길이면 항상 노란 통학버스를 마주친다. 버스엔 '국공립'이라는 글자가 까맣게 적혀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이는 1명뿐이다. 운전기사와 통학 버스 안전 관리를 해주시는 듯한 분도 보이긴 했다. 어디서부터 아이를 태워 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일 같이 통학 차량을 이용하는 원아가 1명뿐이라는 건 국공립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대전시와 교육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유아교육비 지원'은 결국 공사립 구분 없이 학부모 1인당 매월 13만 원씩 지원하게 됐다. 교육청은 사립유치원만 지원하게 되면 사립 쏠림 현상이 더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립유치원의 추가 지원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듯 했으나, 결국 공립과 사립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대전교육청은 지역 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통학버스 지원, 체험활동비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립유치원을 살리겠다는 묘책으로 여러 대안을 내놓긴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학부모들이 공립이 아닌 사립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느낌이다. 돌봄 시간 부족, 통학 차량 미운행, 체험 활동 부족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학부모들이 자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사립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부분에 집중 투자를 진행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설픈 지원은 비용만 투자된 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공립유치원의 여건을 개선 시키고자 여러 대안을 내놨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의 여건을 공립이 따라가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선 안 된다고 본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아이들이 없다. 향후엔 공립유치원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까지 고사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립유치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가 생겨야 한다. 국가가 장려하는 수준의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건, 학부모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사립이 아닌 공립에서만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공립유치원을 보내고 싶은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학부모들도 공립에 보낼 이유도 없을 테다.
김소희 경제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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