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박사 |
애치오니(Amitai Etzioni)는 조직이론의 대가이며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조직사회학의 영향력 있는 학자 중의 한 명인 바, 애치오니는 조직을 의사 결정 참여와 이행 여부 선택 가능성을 중심으로 분류해 강제조직, 공리조직, 규범조직의 3가지로 나눈다. 강제적인 통제수단을 사용해 구성원을 명령에 따르도록 하는 강제 조직은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대표조직으로 꼽을 수 있으며 구성원들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사조직은 공리조직으로 나눌 수 있는바 구성원들은 받는 보수에 따라 타산적으로 행동한다. 회사조직은 구성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일부 참여하거나 배제된다. 애치오니가 이상적인 조직으로 상정하는 규범적 조직은 상징적이고 수용 가능한 가치와 규범을 통해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구성원들은 가치와 규범체계를 내면화해 조직의 목표와 비전실현에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구성원을 향한 애정, 인격 존중, 신앙, 사명 등의 형이상적인 가치가 규범적 조직과 구성원을 관통하는 핵심적 흐름이 된다. 애치오니의 조직이론의 절정은 구성원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리더십의 주요 요소이며 상대방 관련하여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조직의 목표 달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절대적임을 알려준다.
관료제는 근대 이후에 등장해 목표달성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를 이루는 공식조직의 유형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이며 능률적인 조직 모형으로 인정받고 있다. 관료제는 베버(Max Weber)가 대표적 학자로 분업의 전문화, 위계적 권위구조, 연고와 정실의 배제. 지위 및 역할에 따라 권한과 보수의 차등 배분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관료제의 경우 특히 분업의 전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위계적 권위구조에 의한 힘의 지나친 쏠림과 왜곡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어서 민주원리와의 합치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적 방식의 선거 과정을 통해 선출됐다는 불가피한 당위론에 근거해 선출직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오해해 가치 중립적이어야 할 관료제의 의사결정과정까지 왜곡되거나 위축돼 합리적 공론화와 의사 수렴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어 관료제의 장점을 훼손하는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조직을 지배와 복종관계로 파악하던 전문화된 분업 체계로 해석하던 결국 리더십 이론의 핵심은 업무분장과 권한 위임 등 조직 구조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소신과 가치관이 핵심적 결정요인이 된다. 오히려 동일한 업무분장과 권한 위임의 구조적 조건이 유사함에도 누가 그 자리에 있느냐가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성공 여부를 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직 구조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의 역할 관련, 여러 연구 중 미국의 보스턴대에서 400여 명을 대상으로 40여 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인간적 능력이 조직과 개인의 효과적 성과 창출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일깨우고 있다.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본질은 결국 리더의 자질이고 성향이며 가치관임을 무시할 수 없다면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찾으려면 평소에 리더가 보여준 성향과 행태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조직 전문가들은 성공하는 리더의 유형을 다채롭게 분류하지만 보스턴대의 실험은 성공 리더의 조건으로 신념, 능동성, 친화력, 배려 등 인간적 특성을 드는데 주저함이 없다.
현대사회는 집단욕구의 분출시대라고 할 정도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합종연횡하며 거대화를 당연시하고 있다. 자칫 개인은 거대조직의 의사결정과 실현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무시당할 수 있다. 이럴 때야말로 모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적 리더를 선별하는 능력을 조직구성원 모두가 보유하고 행사할 수 있다면 개인의 행복과 함께 조직의 성공과 지속가능성도 보장될 것이다. /신천식 (사)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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