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유성호텔 온천탕 입구에 손님들이 줄을 서있었다. 사진=이유나기자. |
노후화로 최근 매각된 유성호텔은 지역 향토호텔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12일 유성구청에 따르면 유성호텔 명의는 신한 신탁으로 변경됐으며,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연 면적이 1만 제곱미터를 넘을 경우 관광숙박시설 20%, 그 외 상업시설 10%를 충족해야 한다. 영업 종료 시점인 2024년 3월 31일 이후엔 폐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건물을 허물고 주상복합이 들어온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상복합형 호텔은 부동산 가치를 올리면서도 세련된 객실을 제공할 수 있어 호텔업계에 유행하는 전략으로, 유성호텔 맞은편 리베라 호텔 유성도 2017년 폐업하고 주상복합 3개 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성호텔이 주상복합형으로 바뀔 경우 주거형 70%, 호텔 20%, 온천 10% 비율로 개발이 예상된다. 유성온천지구 내 아드리아호텔은 2018년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후 주상복합시설로 탈바꿈 중이다. JH 레전드호텔은 2021년 5월 운영 잠정중단, 호텔인터시티는 11월 1일부터 2023년 7월까지 리모델링 공사로 운영을 중단했다.
전기·가스·상하수도요금 인상도 온천업계에 큰 타격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자가 직접 유성호텔 내 온천 입구에 가보니, 2023년 1월 1일부터 전기·가스·상하수도요금 인상으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요금을 1000원씩 올린다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매각 소식에도 미리 이용권을 구매하려는 고령층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반면, 거대 자본으로 입점한 '체인 공룡'인 신세계 호텔 오노마, 롯데시티 호텔 대전은 화려한 외관과 대전컨벤션센터 옆 비지니스 수요로 호황을 맞고 있다. 신세계 센트럴시티는 2021년 4분기 매출이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2020년보다 24.3% 증가한 774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224억 원에 달했다. 백화점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호텔 오노마의 실적 호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양동기 대전관광협회장은 "도룡지구에 있는 호텔오노마, 롯데시티호텔은 매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 호텔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호텔 ICC도 도룡지구에 있으나 근처 기업이나 연구소 관계자들이 시설이 낙후됐다며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유성호텔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지역 경제 선순환을 위해 향토호텔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영우 유성호텔협회 사무국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향토 호텔에 저리 융자와 같은 방식으로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개인별로 즐길 수 있는 가족탕 등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지만, 지역 호텔들은 자금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 호텔을 지원하는 방안을 앞으로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대전관광공사 관계자도 "지역 관광지를 홍보하고 다양한 행사를 유치해 지역 호텔업계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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