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박사 |
자전거가 차(車)인 이유는 교통수단의 특성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통수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속도를 기준으로 보면, 자전거는 자동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평균 통행속도_교차로 정지시간을 포함한 속도_는 시속 13km 내외, 자동차는 시속 22km 내외, 보행자는 평균 3~4km로 상대속도의 차이는 자동차보다 보행과의 차이가 훨씬 크다. 교통수단의 특성으로 인하여 자전거는 차(車)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법적·기능적으로 차(車)이지만 차로서의 교통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관련법에서 교통권_right of way_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자전거도로가 없을 경우에만 그러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는 곳에서는 그 자전거도로로 통행하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아무리 어설프게 설치된 자전거도로라도 그 곳을 이용하여야 한다.
차도를 통행하는 경우에도 자전거는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자전거등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는 다를까? 마찬가지다. 모든 도로에서 차마(자전거)는 보행자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도 교통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전용차로에서도 자전거의 교통권은 제약된다. 자전거전용차로는 도로교통법 제15조에 따라 버스전용차로와 함께 엄연한 '전용차로'다. 버스전용차로에서는 버스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단속도 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차로를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이다. 자전거전용차로는 특혜가 아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버스와 달리 도로교통법 13조에 따라 그 도로만 이용해야 하고 다른 차로로는 얼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통행권 확보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보행자겸용도로라는 우리나라만의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전거도로 중 자전거겸용도로는 75%다. 대전의 경우는 84%에 이른다. 겸용도로는 구조상 보행자뿐 아니라 잦은 진출입구 등으로 상충이 많아 자전거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통행할 수 있는 권리가 애초부터 제약되고 있다.
시설과 교통운영에서도 자전거는 차(車)가 아닌 보행자로 취급받는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자전거이용자는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통행하게 되는데, 자전거횡단도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끌거나 들고 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운전자의 상당수는 지키지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전거운전자가 차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며 위법하지 않게 통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전거횡단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교통운영에서도 자전거는 차(車)로서 교통권을 갖지 못한다. 보행자의 신호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많은 교차로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자용 녹색신호는 자동차의 그 것보다 짧다. 자동차가 직진신호를 받을 때, 동시에 횡단보도의 녹색신호가 켜지는데, 자동차의 녹색시간보다 짧게 운영된다. 자동차의 상시우회전을 좀 더 보장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소통중심의 교통운영인 셈이다.
탄소 중립이 시대적인 과제가 되면서 자전거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이전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전거수단분담률은 1.6%에 머물고 있다. 2010년과 비교해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기후조건이나 지형조건에서 찾기도 하지만 1.6%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전거의 교통권 확보를 위한 법적인 정비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시설과 운영 측면에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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