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자전거는 차(車)인가?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자전거는 차(車)인가?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2-12-07 13:54
  • 신문게재 2022-12-08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21207115836
이재영 박사
자전거는 차(車)다. 두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차(車)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명확하게 차마(車馬)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차(車)인 이유는 교통수단의 특성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통수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속도를 기준으로 보면, 자전거는 자동차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평균 통행속도_교차로 정지시간을 포함한 속도_는 시속 13km 내외, 자동차는 시속 22km 내외, 보행자는 평균 3~4km로 상대속도의 차이는 자동차보다 보행과의 차이가 훨씬 크다. 교통수단의 특성으로 인하여 자전거는 차(車)로 분류된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법적·기능적으로 차(車)이지만 차로서의 교통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관련법에서 교통권_right of way_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자전거도로가 없을 경우에만 그러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는 곳에서는 그 자전거도로로 통행하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아무리 어설프게 설치된 자전거도로라도 그 곳을 이용하여야 한다.



차도를 통행하는 경우에도 자전거는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자전거등의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아니한 곳에서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여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는 다를까? 마찬가지다. 모든 도로에서 차마(자전거)는 보행자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에서도 교통권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전용차로에서도 자전거의 교통권은 제약된다. 자전거전용차로는 도로교통법 제15조에 따라 버스전용차로와 함께 엄연한 '전용차로'다. 버스전용차로에서는 버스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단속도 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차로를 활용할 수 있다. 일종의 특혜를 준 것이다. 자전거전용차로는 특혜가 아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버스와 달리 도로교통법 13조에 따라 그 도로만 이용해야 하고 다른 차로로는 얼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통행권 확보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보행자겸용도로라는 우리나라만의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전거도로 중 자전거겸용도로는 75%다. 대전의 경우는 84%에 이른다. 겸용도로는 구조상 보행자뿐 아니라 잦은 진출입구 등으로 상충이 많아 자전거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통행할 수 있는 권리가 애초부터 제약되고 있다.

시설과 교통운영에서도 자전거는 차(車)가 아닌 보행자로 취급받는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자전거이용자는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통행하게 되는데, 자전거횡단도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끌거나 들고 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운전자의 상당수는 지키지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전거운전자가 차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며 위법하지 않게 통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전거횡단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교통운영에서도 자전거는 차(車)로서 교통권을 갖지 못한다. 보행자의 신호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많은 교차로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자용 녹색신호는 자동차의 그 것보다 짧다. 자동차가 직진신호를 받을 때, 동시에 횡단보도의 녹색신호가 켜지는데, 자동차의 녹색시간보다 짧게 운영된다. 자동차의 상시우회전을 좀 더 보장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소통중심의 교통운영인 셈이다.

탄소 중립이 시대적인 과제가 되면서 자전거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이전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전거수단분담률은 1.6%에 머물고 있다. 2010년과 비교해서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기후조건이나 지형조건에서 찾기도 하지만 1.6%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전거의 교통권 확보를 위한 법적인 정비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시설과 운영 측면에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