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날씨와 기분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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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날씨와 기분의 상관관계

  • 승인 2022-12-07 10:24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이은지 증명
칼바람이 훅하고 뼛속 깊이 파고든다. 또 와버렸다, 겨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맞나싶을 정도로 온화한 기온이 계속되더니 며칠새 바람이 매섭게 변했다. 자칭 '여름형 인간'인 나는 겨울 문턱으로 가는 계절의 변화를 달력의 숫자보다도 몸의 컨디션 변화로 체감하고 있었다.

나에겐 지병이 있다. 겨울만 되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병. 병명은 '아무 것도 하기싫어병' 혹은 '밖에 나가기 싫어병'이다. 겨울철 이른 아침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죽기보다 힘든 나는 매일 내 자신과 전투를 벌인다. 꾸역꾸역 소몰이 하듯 출근길에 오르지만 점심식사를 마침과 동시에 쏟아지는 졸음에 병든 닭처럼 맥을 못 추기도 하니, 이쯤 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부러울 정도다.

날씨는 개인의 컨디션 변화 차원을 넘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태풍이나 풍랑 같은 자연재해는 일상을 송두리째 위협하기도 하며 하다못해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마저 무방비 상태의 옷을 흠뻑 적신다.



날씨는 기분 변화와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수치가 날씨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행복호르몬'으로도 알려진 세로토닌은 잘 살기(well-being)와 행복감 등을 느끼는 데 필요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은 체내 비타민D 수치에 따라 분비가 달라지는데, 일조량이 큰 따뜻한 봄이나 여름일수록 비타민D의 대량 합성이 가능해 세로토닌이 풍부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인체에 나른하고 피곤한 기분을 들게 하는 멜라토닌은 일조량이 줄어들면 더 많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사람의 수면-각성 리듬과 일상적·계절적 생체리듬을 조절하며 자연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작용을 해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숙면을 위해 꼭 필요한 멜라토닌도 과다 분비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신체 전반의 활력과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것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진정 작용을 만들어 기분이 들뜨거나 좋아지게 만드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영국처럼 일조량이 적고 흐린 날씨가 주를 이루는 나라일수록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보고도 다수 있다.

찬바람 거부증이 있는 나로서는 매년 찾아오는 계절 겨울이 몸살처럼 버겁다. 날씨에 따라 요동치는 기분의 변화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거니와 시린 바람만큼이나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주변에 인색해지는 기분 또한 들기 때문이다.

혹한이 깊어질수록 세상은 온기를 필요로 한다. 연말,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어지는 기부와 나눔 행사는 소외이웃들의 시린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송년이라 어쩌면 더 외로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선 문 밖 차디찬 바람부터 맞서야 한다. 내 기분을 지배하는 강력한 멜라토닌을 떨쳐내고, 꽁꽁 뒤집어 쓴 이불부터 걷어내자. 세상을 향한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눔 여정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올 겨울, 이웃들의 코 끝 시린 겨울이 코 끝 찡할 만큼 따스했으면 좋겠다.



이은지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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