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은행1구역 기록화 작업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은행1구역 기록화 작업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 문화재위원

  • 승인 2022-12-07 13:32
  • 신문게재 2022-12-08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희준=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1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 문화재위원
대전시는 2022년 지역리서치사업 대상지로 은행1구역을 선정하여 건축(역사문화자원), 경관, 역사, 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사진 및 영상촬영, 실측 및 도면작성, 3D모델링, 구술채록 등의 다양한 형태로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리서치사업은 주거환경개선·재개발·재건축 등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지역(공간)에 대해 사전에 기록화하는 사업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있는 은행1구역의 범위는 남북으로는 중앙로부터 선화초등학교 앞 선화로까지, 동서로는 대전천서로부터 대종로까지이다. 이 지역은 2008년 정비사업 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10년이 훨씬 넘는 지금까지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중앙로와 대종로 대도로변에 위치한 점포를 제외하고 안쪽 지역은 영업을 포기한 점포들과 빈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목척시장의 일부 가게와 카페, 주차장 등이 명맥을 유지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은행1구역은 대전이 근대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조선 영조 때부터 '목척리(木尺里)'라고 불리던 자연마을이 있었던 곳으로, 대전천의 상징 다리인 '목척교'와 '목척시장'의 명칭도 이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전천을 동서로 연결해주는 '목척교'는 1912년에 목재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름을 '대전교(大田橋)'라 한 것을 해방 이후 현재의 이름인 '목척교'로 부르고 있다.



'목척시장'은 1920년대를 전후하여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주변에는 일본인들의 주거지와 상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1941년 제작된 '환지지정기입재래가옥신구대조도(還地指定記入在來家屋新舊對照圖)'라는 지도가 있는데, 이 지도에는 은행동과 선화동, 대흥동 일원의 도로와 토지의 형태 그리고 당시 소유주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은행1구역을 찾아보니 소유주는 김갑순 등 일부 한국인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일본인들로 확인된다.

이 중 현재 남아 있는 일식건물 중 구조와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으며 '대전부윤(대전부의 기관장 : 대전은 1935년에 '읍(邑)'에서 '부(府)'로 승격) 관사'로 알려진 주택 부지의 소유자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름이 '坂上(사카가미 도미조)'였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으로 건너온 후 강경에서 자리를 잡았으며 강경면장과 강경읍장을 역임한 후 대전에서 중선일보 부사장, 대전쇄자주식회사 임원 등으로 활동하다 1942년에 사망한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토지소유주가 '대전부(府)'도 아니고 '부윤'도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도에는 당시의 길과 시장(市場)과 공원(公園)의 위치 등도 표시되어 있어 당시 은행1구역의 도시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시장' 위치에는 현재 보행통로가 있는 몰(mall) 형태의 기다란 상점거리 건물이 있는데 지금은 시장기능은 완전히 없어지고 몇 개의 공간만 주거와 사무실 용도로 쓰이고 있다. 과거에는 이 시장 공간을 중심으로 목척시장이 확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목척시장은 이곳에서 길을 따라 북쪽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몇몇 점포만이 운영되고 있을 뿐 예전의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1구역은 해방 이후에도 대전의 중심지역이었다. 주거지와 상권이 발달된 지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았으며 시장, 병원, 한의원, 사진관, 은행, 여관, 목욕탕, 식당 등 생활과 밀접한 생활문화시설들이 풍부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었다.

은행1구역의 정비사업 시행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다양한 형태로 은행1구역을 기록화하는 일련의 과정은 100곳이 넘는 대전의 개발예정지역 중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기록하는 방식 중 하나로 제시될 것이며, 향후 진행될 전시회는 은행1구역의 기억을 대전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