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거리두기 장기화로 회식 문화도 줄어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오류동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김경자씨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연말 대목을 맞아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 전처럼 늦게까지 놀고 마시는 손님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12월에 접어들면서 단체 예약이 자주 들어오고 있다"며 "예전엔 술에 취할 때까지 늦게까지 노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엔 아홉 시면 다들 집에 간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시간과 일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하는 와중에 3년여간 지속한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이른 시간에 귀가하고 적게 마시는 문화가 정착된 영향을 풀이된다.
서민들의 술인 소주의 소비량은 줄어드는 반면, 와인과 위스키 등 고급 주류의 인기가 높아져 기존 주류업계의 고심도 깊어 졌다. 실제로,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주요 주류 출고량(수입분 포함)은 327만9244㎘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366만8296㎘)보다 약 10.6% 감소했다. 특히, 2017년부터 2020년까진 평균 약 4% 정도 줄어들었지만,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에는 2019년보다 6.75%가 감소했다.
6일 맥키스컴퍼니에 따르면, 린 소주 한 병당 5원씩 적립하는 장학금이 코로나 전엔 3억 2천만 원 모였다면, 올해는 2억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맥키스 컴퍼니 관계자는 "요즘 음주 문화는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에 1차를 하고 2차는 커피를 마시고 헤어진다"며 "현재 소주 도수도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기존 25도에서 16.5도로 낮춘 상태지만, 앞으로 유행에 맞춰 16.3도, 16.4도과 같은 더 낮은 도수의 소주나 달달한 과일 소주 등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하이트 진로 등 굵직한 주류회사에선 와인 제품을 출시하고 오비맥주는 회식 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선 강압적인 회식 문화가 코로나를 계기로 성숙해지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올해 4월 인크루트가 새로운 회식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코로나 기간 달라진 회식 문화에 만족한다고 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1차 마무리'였다. 대전에서 공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가장 걱정되는 건 회식"이라며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점심 회식이 확산하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