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인신문]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보릿고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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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인신문]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보릿고개 시절

  • 승인 2022-12-06 15:01
  • 신문게재 2022-12-07 10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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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나라는 1950년에서 1970년 초까지 6·25 전쟁으로 나라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개량되지 않은 종자에 비료 부족과 농업기술 부족으로 소출이 많지 않고 흉년까지 겹쳐 농가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나무껍질을 벗겨서 먹었거나, 풀뿌리까지 캐서 먹어야 했다. 초근목피의 뜻은 말 그대로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말한다.

지금 보기에 푸르른 앞산과 뒷산이 모두가 벌거숭이가 되어 나무뿌리도 없었다.

▲보릿고개란 무엇인가?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이듬해 봄 3~4월이면 양식이 떨어져서 먹을 것이 없어 보리 수확 때까지 배고픔을 참고 기다리는 기간을 말한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굶어 죽지 않으려고 식량이 있는 집에서 쌀을 빌리면 가을에 한 가마니에 장리(100%)로는 두 가마니를, 곱장리(200%)로는 세 가마니를 갚아야 하는 고리채가 성행했다.



그래서 5·16 군사정부는 1961년 5월 25일 '농어촌고리채정리령'을 발표하였지만 복잡한 농촌금융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후에 고리채는 없어졌다.

그 당시 농촌 채무는 문서로 작성하는 채권 채무 관계가 아니고,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 집에 가서 사정해서 빌리는 것으로 있는 사람이 빌려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니 고리채도 빚이 아니라 서로의 정으로, 신용으로 빌려주었다고 생각하고 안면을 생각해서 고리채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 실은 문서도 없었다.

그 배고팠던 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부황이 들어 온몸이 퉁퉁 부어 본 경함이 없을뿐더러 배가 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지 왜 배가 고파야 하냐고 한다니, 배가 고파서 종일 울기만 하는 아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애끊는 심정을 아는가? 쌀, 보리 한 줌에 고구마 줄기를 한 솥 넣어 풀죽 끓여 그것도 맛있다고 허겁지겁 먹어봤는고, 전염병이 한번 돌면 픽픽 죽어 가마니에 둘둘 말아서 지게에 져 나가던 사람을 본 적은 있는가?

공부하고 싶어도 학교가 없던 그 시절을 듣기는 했나? 그런 시절 있었다는 거 바로, 지금 이 늙은이들의 시절이었다는 거 알기나 하는지? 미국? 양키? 우리 늙은이 들은 그런 거 모른다. 초봄, 보릿고개에 누렇게 떠서 다 죽어가다가 학교에서 구호 물품으로 받아 나눠준 우윳가루를 멀겋게 죽을 끓여 먹고 설사를 할망정 그 덕분에 살았다.

우리 늙은이들도 6·25는 이제 가물가물하다. 벌써 70년 전 일이다. 유엔군과 미군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인천이고 부산이고 광주고 '자유대한민국'은 없다.

▲배고픔이 사람을 얼마나 짐승으로 만드는지를!

전쟁은 끝났지만, 먹고 살길은 막막하고 일자리, 농사지을 땅뙈기 한 평 없어 못 먹고 못살던 국민은 죽지 못해 살고 있었는데, 정치하는 사람도 가난 구제 못 하고 패 갈라서 싸움질만 하고 있었다. 4·19 다음에 나라는 되레 난장판! 데모 천지가 되었고 심지어 데모하지 말라는 데모까지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그래서 그때는 또 한 번 세상이 뒤집혔으면 좋겠다고 악에 받쳐 있을 때 그럴 때, 난장판인 나라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배고픔을 면하게 해준 게 5·16인 거 모르지?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야겠다는 신념으로, 내 후손에게는 가난한 나라를 물려 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이만큼 살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는 못 해도, 그 뼈저린 경험 때문에도 판단력이 흐려진 늙은이들을 우습게 보지는 말아요. 배추 시래기로라도 배를 든든히 하고, 무엇이든 기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 기본은 바로 '나라'다. 그 나라는 바로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가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이갑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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