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우리들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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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리들의 월드컵

  • 승인 2022-12-06 14:02
  • 신문게재 2022-12-0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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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사회과학부 차장
지난 몇 주간 우리를 웃고 울린 대한민국의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한국시간으로 자정 시간대에 열린 경기였고, 한 명의 축구팬으로 알람시계까지 맞춰가며 전 경기를 시청했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기적적으로 1승 1무 1패로 통과했지만, 6일 새벽 열린 16강전에서 브라질에게 1-4 완패를 당했다.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새역사를 쓰길 기대했지만, FIFA랭킹 1위 브라질은 강했다. 간판 골잡이 네이마르부터 히샬리송, 비니시우스 등 초호화 스쿼드로 구성된 삼바군단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월드컵 개막 이전으로 돌아가서,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안와골절을 당한 대한민국의 캡틴 손흥민의 출전 여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매스컴들은 주요 뉴스로 손흥민의 소식을 다뤘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훈련장에 나타난 손흥민은 그야말로 든든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원조 타이거 마스크' 김태영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가 알던 손흥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는 힘겹게 승점 1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두번째 상대 가나전에서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직전 시즌 EPL에서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는 없었고, 슈팅은 반 박자 느렸다. 유럽리그 중 최고로 불리는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이었기에 실망감은 더 컸다. 특히 가나와의 전반전은 졸전 그 자체였다. 수비는 두 차례 유효 슈팅만에 두 골을 내줄 정도로 허술했으며, 무딘 공격력은 상대 수비에게 번번이 가로막혔다. 나는 선수들에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고, 애정이 컸던 손흥민에 대한 비난은 강해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와이프에게 '너무 감정 이입된 것 아니냐'는 잔소리를 듣기까지했다. 평소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와이프는 그리 말할 수 있겠지만, 축구팬으로서는 배신감이 들 정도였으니….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치른 포르투갈전에서도 손흥민은 전·후반 내내 별다른 활약은 없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황희찬에게 그림같은 침투 패스를 찔러주며 12년만에 16강을 결정지었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다운 '한방'을 보여주자, 얼어있던 내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준 고마움과 과거에 그를 비난했던 내 모습이 교차했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인 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그를 보며, 이제 겨우 서른 살인 젊은 청년에게 너무 큰 짐을 지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고작 400g 남짓한 축구공으로 치르는 월드컵 대회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을 웃고 울리는 것일까. 늦은 새벽에 윗집과 아랫집에서 함성을 지르자 우리 대표팀이 골 넣은 줄 알고 기분 좋았다고…, 16강을 확정 짓는 순간만큼은 층간소음에서 벗어나 하나가 됐음을 느꼈다고…. 평소 축구에 무관심하던 지인의 말이다. 이게 바로 지구촌 최대 축제로 불리는 월드컵의 힘이 아닐까.

비록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끝났지만, 아직 우리들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루카 모드리치 등 발롱도르에 빛나는 스타 중 누가 '라스트댄스'를 추게 될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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