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 경제교육부장(부국장) |
민간소비 성장률도 둔화했다. 올해 3.8%에서 내년 2.5%로 둔화한다는 예측이다. 높은 물가와 금리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최대한 지출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억눌렸던 소비 욕구는 한동안 보복 소비로 살아나는 듯 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등 방해 요인들이 생겨나면서 바로 사라졌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소비를 줄이게 하면서 자영업자들까지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직장인으로선 월급은 그대로인데 기본 지출액이 늘어난다면 씀씀이를 줄이게 되는 게 사람 심리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내수 소비 감소로 매출 감소와 함께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해 수출액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일단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숨 고르기 분위기가 나오지만 이미 올라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고금리 시대'에 맞는 가계와 기업 운영 계획을 다시 세워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연대 파업까지 장기화하며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현장 골조 공사 등 일부 공정이 멈추고 주유소 기름이 동나는 사태까지 벌어져 경제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파업이 더 길어지면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정상화가 시급하다. 시민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미리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으며 만일을 대비하고 있다.
다행히 예고됐던 철도 파업은 협상이 잘 마무리되어 이용자들의 불편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시름 놓게 됐다.
파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꼭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느냐는 것인데,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아 오죽했으면 파업했겠냐고 이해하면서도 본인들의 목표 관철을 위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야만 했는 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협상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필요가 있다. 강대 강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내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 활성화 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 대기업들도 유보금만 쌓아 놓을 게 아니라 면밀한 분석을 통한 선택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돈이 돌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정부도 인플레를 막기 위해 돈을 푸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나 적절한 내수 활성화 정책은 필요하다. 기업이 물건을 잘 만들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해야만 경제가 잘 돌아간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자체들이 운영해 왔던 지역화폐 정책은 상황에 딱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세우지 않았는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무조건 전 정부가 했던 정책이라고 해서 폐기해선 안 되며 좋은 정책은 받아들이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내수 소비를 살리는 데에는 지역화폐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지방정부도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지역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어우러져 경제 선순환이 되길 바란다.
우리 앞에 IMF 수준의 경제 한파가 다가오고 있다. 첫 번째도 경제, 두 번째도 경제다는 인식을 하고 경제 위기를 잘 타개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태구 경제교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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