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함석헌 선생은 삶에 대한 무게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죄는 무섭지만, 삶이 더 무섭더라." 시간의 영속성 속에서 삶의 역사성과 경외심이 묻어나는 문장이다. 필자는 올 한해 음악의 재발견이라는 주제 아래에 삶과 그와 관련된 음악을 얘기하였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코로나 19, 일상의 삶 속에서 위로와 힘이 되는 음악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리고 연말이 되었다. 추워진 날씨에 사람들은 두꺼운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분주히 향한다. 거리의 성탄 트리와 장식은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연말연시에 삶 속의 음악을 생각해본다.
죽음과 음악
충격적인 10.29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우리는 희생자 가족의 아픔과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을 안고서 12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가 사는 사람들에게 음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죽음을 애도하고 유족들과 이를 안타까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을 소개한다.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애도하고 살아있는 이들을 위로와 평안을 주기 위한 교회 음악이다. 오늘은 W. A. Mozart((1756~1791)가 작곡한 레퀴엠을 소개한다. 모차르트를 가리켜 "세상에 내려와 길을 잃은 천사가 하늘 그리워하는 것 같은 작곡가다."라고도 표현한다. 그는 자기의 죽음 예감하며 "이 곡은 나를 위한 레퀴엠인 것 같다."라고 하며 작곡한 그러나 미완의 작품 '레퀴엠'이다.
1791년 늦은 봄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폰 봘제크 백작(Franz von Walsegg:1763~1827)는 익명으로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위촉했다. 당시 귀족들이 레퀴엠을 위촉해 장례식을 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작품도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곡 도중 그해 9월경부터 작곡이 중단되었고 결국 그는 완성하지 못하고 타계한다.
사후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 (Franz Xaver Sussmayr: 1766~1803)가 완성한다. 이 레퀴엠은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 특히 곡 중 나오는 슬픔의 날(Lacrimosa)을 들어보길 권한다. 10.29 참사로 인한 가족분들과 이분들의 아픔을 같이하는 이들에게 이 음악이 위로되길 바란다.
삶의 용기와 희망이 되는 음악
역경을 딛고 작곡된 불멸의 금자탑 바로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4악장의 주선율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8년 발표한 <환희의 송가>를 베토벤은 23세에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 음악을 붙이기로 한다. 이후 30년이 흐른다. 그는 이 시에 노래를 붙여 교향곡 9번을 1824년 2월경에 완성하고 그해 5월 7일에 초연한다. 그가 보내온 세월은 성공도 있었지만, 역경의 세월이었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음악가에 이런 절망이 또 있을까? 이 교향곡이 완성될 즘에는 그의 청력은 절망적이었다. 이 역경을 극복하고 작곡한 곡이 '합창' 교향곡이다. 교향곡의 초연을 마치고 음악회장은 환호로 뒤 덥혔다. 그 환호를 청중을 등진 베토벤만 모르고 있었다. 이를 본 알토 솔로였던 웅거 여사가 베토벤을 돌려 청중석을 보게 했다. 그제 서야 베토벤은 환호에 답례한다. 이후 이 교향곡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연말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는 인류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었다.
연말연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본다. 한해를 잘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의 희망을 그려본다. 아직 남아있는 코로나 19도 이젠 우리의 희망찬 새로운 시작을 멈출 순 없다.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음악은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다 같이 시작해보자 희망찬 2023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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