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소장 |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과정에서 해당 놀이공원 측은 당시 시각장애인이 타려고 했던 놀이기구는 신체 부적격자가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는 종목이어서 자체 마련한 안전 가이드 라인을 근거로 보호자와 동반 탑승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보호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동반탑승이 어렵다고 말하여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직원과 동반하는 조건으로 탑승하게 하였다고 한다. 해당 공원 안전 가이드 라인에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놀이기구는 이동 및 탑승 시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단독으로 이용이 불가하므로 반드시 보호자 동반"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 조사관들이 현장에 가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해당 놀이시설이 상층부까지 이동하는 동안 고장이 발생하면 공중에 매달려 있는 탑승객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 레버가 해체되면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공원 측도 이런 경우 승객 스스로 놀이시설을 벗어나기보다는 직원들이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손님들이 비상계단을 내려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보호자가 함께 탑승했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그 보호자도 구조의 대상일 뿐 해당 시설을 안전하게 벗어나는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 사건을 심의하면서 놀이기구 탑승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성은 비장애인을 비롯한 누구에게나 상존 하는 것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이러한 위험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였다. 그리고 놀이공원을 방문했던 시각장애인이 해당 놀이시설 탑승 과정 중에 본인 또는 타인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도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장애인과 달리 진정인에게 보호자 또는 직원과 동반 탑승하는 조건으로 놀이기구를 이용하도록 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았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여가생활과 체육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의미를 중시하면서 해당 놀이시설 측이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탑승하면 안정상 위험이 초대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정을 하고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않은 방식인 보호자 동반 탑승을 요구한 것은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10월 말에 해당 놀이공원 대표에게 개별적인 장애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장애인 보호자 등의 동반 탑승을 요구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과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였다.
우리 사회는 안전 또는 보호를 내세워 장애인의 여가생활과 체육활동을 누릴 권리를 합리적 이유 없이 여전히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 전반에 관하여 자기 의사에 따라 선택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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