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내 이웃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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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내 이웃들에게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 승인 2022-12-04 10:5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산수를 넘겨 사는 나에게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이웃들이 많습니다.

매일 안부를 물어오고, 건강을 챙겨주며, 카톡문자를 보내주어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줍니다. 오늘도 눈을 떠 카톡을 검색했더니 좋은 글들이 날아와 있었습니다. 문자나, 그림, 음악까지도 공중을 날아 나에게 전달되는 그런 좋은 세상에 지금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내 지인이 좋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 보내온 글을 각색해서 공유하려고 합니다.

먼 바다를 떠나는 선박도 항해를 시작하기 전 배의 밑바닥에 물을 가득 채웁니다. 배의 전복을 막기 위해 채우는 '바닥짐(ballast)'입니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 가지 입니다.

갈마아파트 2단지 입구 향해서 오른쪽에는 수요장터가 서는 수요일이면 93세 된 할머니가 감이며 밤을 가지고 와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막내아들이 죽자 월남 여인인 며느리가 자기 나라로 갔기 때문에 7살 된 손자를 키우고 있다 합니다.

할머니는 강추위에도 '저 애가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는가?'라는 마음으로 손자를 키우고 있다 합니다. 손자에게 할머니가 목발이었다면 할머니에게 손자는 삶을 지탱하는 '바닥짐'이었습니다.

나와 등을 맞댄 아내 덕분에 내가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아내가 삶의 항해를 지켜주는 '바닥짐'입니다.

모기는 피를 빨 때 잡히고,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힙니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남의 소유를 탐낼 때 위험해집니다. 오래 걸으려면 좋은 신발이 필요하듯, 오래 살려면 좋은 인연이 필요합니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달라지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람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때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민노총 중심의 화물연대를 보십시오. 어디 이웃이 있습니까? 자기들만 살려고 머리를 깎고 소리를 질러대지 않습니까?

죽어 가는 사람은 살릴 수 있어도, 이미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습니다.

끝나지 않은 인연이라면 살리되, 끝난 인연이라면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멀어진 인연을 다시 잡으려 안간힘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의 생각은 거기까지이니까요.

밥을 이기는 강아지도 드물고, 돈을 이기는 충신도 드물다고 합니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을 때 돈이 우선순위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요즘 세대는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나면 삼촌, 고모, 이모, 친인척이 없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도 관심 밖입니다. 결혼한 손자 손녀가 안부 전화를 걸어오고 찾아오는 일이 있던가요? 서운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아무 탈 없이 잘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면 됩니다.

김일성이가 소련제 몰고 쳐들어오기 전만 해도 살만했었습니다. 보릿고개가 오히려 가족들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해줬으니까요. 그때는 문중. 제사. 족보와 여러 형제 속에 결혼 출산 우애를 나누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이 쳐들어와 동족을 살생하고 삶의 보금자리를 박살 낸 후부터는 인성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결혼, 출산, 직업도 능력 위주 사회로 변형되면서 형제도 없고, 딸, 아들 구분 없고, 사촌도 멀어지고, 인성보다 지식이 우선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의 필요성을 못 느껴 개와 고양이를 반려견으로 삼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다 보니 충남대와 한밭대가 합병한다는 말도 들리고, 328개 대학이 5년 내 반 정도 줄어든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또한 어렵사리 공부해서 박사학위 받은 분이 대학교수가 되어 강단에 서고 보니 월급이 150여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합니다.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요즘 세상. 사랑만이라도 나누며 살면 어떨까요?

사랑은 오래참고 언제나 온유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와 제 이웃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서로 화합하여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오순도순 살아갑시다.

김용복/ 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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