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am) 야마시타 후미코(山下芙美子) 사무책임자가 최근 '종군' 등의 표현을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삭제한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wam에 당사자 동의를 거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과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뜻을 모아 문을 연 것은 2005년이었지만, 1991년 김학순(1924~1997) 할머니께서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것을 밝히면서 전 세계의 여성들이 자기의 상처를 드러냈고, 그러한 증거와 자료를 모아 시작할 수 있었다. 충남 예산에서 나고 자란 배봉기(1914~1991) 할머니가 197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를 공개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동아시아 다양한 피해자가 밝힌 증언과 자료, 시민들이 수집한 것들을 모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한국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비롯해 필리핀의 '릴라 필리피나 롤라스 센터' 그리고 타이완 등 세계의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과 협력해 어떤 주제를 연구하고 전시할 것인지 논의한다.
wam에서 최근 일본 교과서 '종군(從軍)' 등의 표현을 삭제한 것과 관련해 교과서 개정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
▲1931년 만주사변부터 시작해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거쳐 1945년 패전까지 위안소에서 일본군에게 성행위를 강요당한 여성을 말한다. 일본은 강간을 차단하고 성병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 기밀유지를 위해 군 직역으로 또는 위탁하는 형태로 위안소를 운영했다. 위안소 민간업자 역시 군으로부터 선정된 업자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돈을 벌 일이 있다고 하거나 공장에서 또는 간호사로 일할 수 있다고 하여 여성들을 위안소로 보냈다. 이것은 한국만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고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동티모르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교과서 수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정부는 2021년 4월 종군(從軍)위안부라는 말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도록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그런데 교과서를 개정하려면 사전에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단순히 설명회만을 개최하고 출판사들이 스스로 수정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교과서 개정 사항에 일본 정부가 법률 밖에서 간섭하는 것이다. 야마카와(山川)출판과 도쿄(東京)서적 등이 종군이라는 표현을 빼고 위안부로 표기하고 있다. 종군이라는 표현이 없는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가에 위치한 wam 입주건물. |
▲역사는 교실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wam을 찾아오는 방문자들은 처음에는 고령자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대학교 수업 중 과제로 주어져 학습하기 위해 또는 젊은 친구들이 알고 싶다며 찾아오고 있다. 알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이고, 적절한 기회가 제공된다면 생각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 넘게 노력해왔으나 일본 정부의 생각이 갑자기 바뀌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젊은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일본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 사회에 그러한 기운이 퍼지면 정치가 나오고 세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wam을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사회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집이나 회사에서 말하면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탄없이 말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나, 많은 사람은 상대 국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뉴스에서 비치지 않는 교류가 평화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일본 도쿄=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