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애도(哀悼)의 방법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애도(哀悼)의 방법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 승인 2022-11-30 16:45
  • 신문게재 2022-12-01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최대원=세종시문화재단공연사업본부장
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지난 국가애도기간에 갑자기 서울예술의전당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내한공연을 보게 되었다.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 부악장이 통역과 함께 마이크를 들고 멘트를 했다.

"우리는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기 위하여 오늘 예정에 없던 'G선상의 아리아'를 추가 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추모곡으로 연주하는 만큼, 곡이 끝나면 박수를 지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이 곡이 끝나고 나서 단원들의 묵념시간을 가질 예정이오니 관객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2500명 관객 모두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으며, 제법 길었던 묵념에도 모두 동참하였다. 이후 당초 예정되어있던 곡들이 정상적으로 연주되었고 당연히 감동의 연속이었다.



사실 갑자기 서울예술의전당의 빈 필하모닉 공연을 관람하게 된 이유는 애도기간 동안 우리 극장의 기획, 대관 공연들이 취소 또는 연기가 되었고, 당일 평가를 위해 타 도시에서 보기로 되어있던 공연 역시 취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 애도기간 대부분 공공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자치단체의 결정 또는 극장 스스로에 의하여 취소 연기되었다. 필자가 본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이 기획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공연이자 여러 사정으로 취소 연기 자체가 불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 연주단체의 애도 방법이 부럽다거나 우리의 문화 역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공연이나 행사 전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젊고 아름다운 청년들을 위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 누가 우리의 애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연장에서는 안 되고, 이태원 현장이나 따로 마련된 분향소에서 해야 한다고 시켰나 생각해 보았다. 막상 아무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대전예술의전당에 근무할 때 기획한 연극 '염쟁이 유씨'에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장례식장에서 각자 종교적인 이유로 절하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기도하지 말라고 하는 거 있잖아, 그런 거 절대 하지 마. 고인을 위하여 절을 하든 기도를 하든 찬송을 하든 각자 마음속에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예의를 갖추어 애도하는 것이야. 그걸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봐. 고인도 그런 걸 바라지 않아."

또 하나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과거 한창 메르스가 기승을 부릴 때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의 문예회관 등 다중 집합시설에서의 행사 및 공연을 중지하라는 공문이 와서 지역문예회관 공연을 모두 취소한 경험이 있다. 물론 모두 기억하듯이 그 이후로도 다른 사건으로 몇 번이나 더 문을 닫았었다.

그때 충남 보령의 문예회관 담당자가 한 얘기. "아니 공연 때 앞만 보고 아무것도 안 하는 지방 공연장 관객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킨다고 그러는 건지, 정~ 사람 모이는 걸 막으려고 한다면 서울의 지하철을 당장 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

세월호 사고든 코로나든 언제든 그런 일이 일어나면 행정당국에서는 바짝 긴장하여 더한 문제가 없기 위하여 또는 확산을 막기 위하여 여러모로 검토하고 행정명령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일이 생겼을 때 무조건 극장 문을 닫으라고 하는 건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닌 거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 공연을 위하여 가진 열정을 다하여 준비했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노력을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그들의 삶이자 직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애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