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한국철도에도 할랄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한국철도에도 할랄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반극동 철도전문칼럼니스트.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 승인 2022-11-28 10:31
  • 신문게재 2022-11-29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반극동
지난달에 조카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갔다. 마침 구순이 되신 어머니께서 올라오셨는데 오랜만에 이모님과 하룻밤을 호텔에서 함께 보내게 했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다음날 시골에 모셔드려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오실 땐 누님 내외가 승용차로 모셔 왔는데 일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함께 있었던 내가 모셔 드려야 했는데 나도 다른 일정이 있어 시간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서울역에서 동해역까지 KTX를 태워 보내고 동해역에서 울진 시골집까지는 택시를 대절해 보내드리는 방법으로 택했다.

다리가 불편하고 눈이 어두워져 길을 겨우 찾을 정도여서 열차를 타거나 내리는데 보호자가 필요했다. 역에 갔더니 교통약자 배려서비스가 있었다. 이런 편리한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걸 신청했더니 휠체어로 출발역에서 열차까지 태워주고 또 도착역까지 연계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이 안 되어 내 인맥으로 동해역 근처에 사는 후배에게 연락했더니 마침 일요일 당번 직원이 있다고 했다. 그 직원에게 택시 타는 것만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 주겠다고 했다. 열차가 도착할 즈음에 호출택시를 불렀더니 역 앞에서 대기해 주었다. 큰 불편함 없이 무사하게 택시를 타고 시골집에 도착했는데 어머니도 만족해하셨다.

철도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 42년이 되었다. 은퇴하고도 철도 언저리에서 기대어 살고 있다. 철도경력기술자를 컨설팅 해 희망하는 업체에 취업을 매칭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시작한 지 대략 석 달이 되었는데 요즘 전국에서 연락이 온다. 철도라는 매개체는 전국을 하나로 연결해 쉽게 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필자가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시골까지 동행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사람과 시스템을 안다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철도 퇴직자나 퇴직예정자와 관계가 원만해야 이 일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내게 안성맞춤이다. 전국 어느 역에 가도 익숙하고 한 사람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통한다.

90년대 중반쯤 유럽 여행을 처음 갔었다. 가장 불편한 게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것이고 그다음이 음식이었다. 식당에 가면 뭘 주문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화장실 찾는 것도 어려웠다. 공중화장실이 유료로 운영하는 것도 낯설었다. 알지 못하는 문화의 차이가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가져간 김치 때문에 호텔에서 혼이 났는가 하면 식당 음식이 안 맞아 햄버거만 찾았던 게 기억난다. 지난주에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불편한 게 하나도 없었다. 지리도 찾기 쉽고 음식도 잘 맞았다. 모든 것이 잘 아는 덕분이었다. 렌터카를 운전해 어딜 가도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익숙해 있는 것 때문이었다.



며칠 전 세계적 갑부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가 다녀갔다. 언론에 난 기사를 보니 하룻밤을 묵기 위해 호텔 화장실도 다 고치고 운동기구며 가전제품도 새로 설치했다고 한다. 또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일절 먹지 않고 전용 세프가 가져온 음식을 따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물론 200개의 객실을 사용한 수행원은 호텔에서 만든 할랄음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며칠 전에 만난 국제적 여행가 한 분의 말이 생각났다. 지금 세계는 이슬람 종교를 가진 인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리의 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화장실이며 할랄음식점, 기도실이 꼭 필요한데 우리나라 철도역 어느 한 군데도 없다고 했다.

익숙함이 최고의 서비스다. 자기 나라의 문화와 습관을 여행지에서 불편함 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K팝, 영화, 드라마, 가전, 자동차 등으로 날로 인기가 늘어나는 대한민국인데 좁은 땅 한국은 넓은 세상에서 소외당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국제적 에티켓에 맞는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철도에서 하는 교통약자 배려서비스는 노약자에게 아주 만족스런 최상의 서비스이다. 이 처럼 할랄문화도 빨리 받아들여 이슬람식 화장실도 기도실도 설치되어 이슬람 문화의 세계인들에게도 대한민국 철도가 익숙하고 만족스러운 세계적 철도서비스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반극동 철도전문칼럼니스트·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