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내사보고서 등의 수사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건이 잇달아 드러났다. 충남경찰청 모 경찰서는 1700만원 상당의 롤렉스 도난 시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내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26일 서울의 한 귀금속판매점에서 도난 시계를 매입한 업주 A(58)씨에게 시계 보관여부를 확인하고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구두로 당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시계를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받지 않고 복귀한 경찰은 이후 두 달 동안 업주 A씨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6월 중순 뒤늦게 연락을 취한 경찰은 A씨가 열흘 전 해당 시계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사실을 인지했다. 6월 21일 경찰이 작성한 내사보고서는 "서울 종로에 있는 귀금속판매점을 방문해 장물 매입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장물범으로 특정했다"고 기록했다. 같은 날 작성한 또 다른 '시계 미압수 경위'라는 제목의 내사보고서 역시 "귀금속판매점을 방문해 A씨에게 장물인 점을 알려주고 판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기록했다. 두 건의 내사기록은 검찰이 A씨를 장물죄 혐의로 기소해 법원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되는 증거로 사용됐다.
그러나 해당 내사보고서는 6월 21일 작성하고도 한 건은 시행일자를 3월 26일이라고 표기해 지휘부 결재를 받음으로써 경찰이 3개월 전 서울 귀금속판매점을 방문한 날 작성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내사보고서 역시 실제로 작성된 때보다 열흘 전에 결재가 이뤄진 것처럼 시행일자를 6월 11일로 표기했다. 항소심에서야 이들 내사보고서가 작성시점과 시행일자에 3개월 차이가 존재하는 사실상 허위공문서라는 게 드러났고,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구창모 부장판사)는 A씨에게 11월 16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피의자 신분이 된 지 1년만에 혐의를 벗었다.
충북경찰청 모 경찰서에서도 피의자 B씨 집에 '경찰서로 연락 바란다'는 메모를 붙인 뒤 사진만 촬영하고 바로 떼어내고도 소재수사를 마쳤다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지 않고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수사보고서와 체포영장신청서를 제출한 경찰관이 지난 24일 적발됐다. B씨는 실제로 구속됐으나, 허위공문서 작성이 들통나면서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 중이다.
앞서 장물시계 항소심을 맡은 구창모 부장판사는 경찰이 내사보고서를 3개월 전에 작성한 것처럼 사실상 허위로 작성한 이유에 대해 "장물이 유통돼 회수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애꿎은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책임을 추궁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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