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조선 시대 교육의 산실 진잠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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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조선 시대 교육의 산실 진잠향교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 승인 2022-11-27 10:4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국 문중협의회 정진남 회장과 양완석 사무총장을 배출한 진잠 향교. 그 명성에 걸맞게 진잠향교에는 덕망이 높은 선비들이 많다.

2022년 11월 24일 오전 11시, 음력으로 11월 1일이다.

매월 음력 1일과 15일은 공자님과 선현들께 봉심행사를 행하는 날이다.

필자가 찾은 이 날도 30여 명의 선비들이 봉심행사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준비하는 모습이나 과정이 처음 보는 필자로서는 신비하고 존경스러웠다.



특히 이날은 대전 문화재 돌봄센터 박춘엽 수리팀 일행이 나와 이곳저곳 경미한 부분을 수리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관리하고 있기에 진잠향교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달려가 손을 잡고 그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필자를 안내한 문화관광 해설사 우현명님의 말에 의하면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의 공립학교였단다.

조선은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내세우는 국가였기에 태종 5년(1405년)에 유교 이념에 입각하여 전국에 300개가 넘는 향교를 지방에 설립하여 유교사상을 보급하고 통치에 기반을 닦으려 했다. 대전에는 진잠현과 회덕현에 공립학교인 향교를 설립해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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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잠향교 명륜당과 동재와 서재의 모습
건물은 강의실이라 할 수 있는 명륜당과 기숙사 공간인 동재와 서재,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향교 입구에는 하마비가 세워져있는데 이곳부터 말에서 내려 걸어야 함을 알려주는 비석이다.

향교 정문앞에는 홍살문을 세워 나쁜 기운과 부정한 것을 물리치고 있다.

필자를 안내한 양완석 선비는

"명륜당에 올라설 때나 내려설 때 대성전에 오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발을 모아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고 안내해주었다.

경건한 마음과 정성된 태도를 몸과 마음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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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잠향교 삭망시 봉심 행사모습
기숙사에 머무르는 조선시대 유생들은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하는데 개인별로 진도가 다른 수준별 학습이어서 배운 것을 완전히 통달해야 다음 과정으로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향교에서는 논어, 맹자, 중용 등 유교 경전을 배우며 인격을 도야하고 과거 공부도 했다 한다.

1914년 이전의 진잠은 신도안과 지금의 서구 원정동, 기성동, 흑석동, 관저동을 포함하여 현재의 진잠보다 훨씬 넓은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30명을 정원으로 하여 교육하였으니 선택된 소수가 지방유림의 토대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진잠향교의 위치는 원래의 위치에서 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부소방서 위쪽을 빈향골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침수가 잦아서 향교를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였다고 한다. 빈향골은 비어있는 향교를 뜻하며 지금도 기와 파편이 발견된다고 한다.

진잠향교는 현재 60여 명의 장의와 전교, 과목별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가고 있는데 논어, 맹자, 중용, 대학, 기초한문, 서예 등을 주말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한다. 특히 맹자를 가르치고 계신 장상현 교수는 육군 대령으로 예편된 후 전주에 있는 '한국 고전 번역원'에서 3년간이나 수업하고, 중도일보를 비롯해 여러 곳의 언론에 집필하고 있으며, 대전의 여러 기관에서 맹자를 비롯해 고사성어 등을 강의하고 있다한다.

전 전 전교인 강종규씨는 6.25를 겪은 강력한 보수우파시다. 그래서 좌파를 비롯한 빨갱이들의 속성을 잘 안다. 이곳에서는 좌우 이념대립이 전혀 없고, 전임자가 후임자를 헐뜯는 일이 없다 한다. 후임자를 헐뜯는 것은 향교 장의들간의 이간질을 부추김과 동시에 스스로 누워 침뱉는 격이기 때문이다.

전 전교이신 성백일 전교님 역시 인품과 덕망이 뛰어나시며 서예 또한 특별하시어 이곳에 오는 원생들을 지도하고 계시다 했다.

유교에서 가르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사람다움의 본성 다섯 가지를 일컫는다. 따라서 유교 철학을 창업의 기반으로 삼았던 조선은 유교의 5대 덕목인 인의예지신을 넣어서 한양의 4대문을 만들었던 것이다.

즉, 동대문은 '인'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 했고, 서대문은 '의'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서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 북문은 '지혜'를 넓히는 문이라 해서 홍지문(弘智門)으로 불렀다. 그리고 인의예지의 중심에 가운데를 뜻하는 '신'을 넣어서 보신각(普信閣)을 건립하고 4대문을 열고 닫는 신호로 타종했던 것이다.

진잠향교 양희문 전교께서는 "자라나는 후손과 후배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유도(儒道)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하시며 홍익인간, 재세이화 정신으로 지역사회 정신 문화 계도에 앞장서자고 당부하셨다.

필자를 안내한 양완석 장의의 말씀에 의하면 현 전교이신 양희문 전교께서는 매 봉심때마다 참례자분들께 사비를 들여 선물을 드린다 했는데 그 선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했다. 그만큼 인격이나 덕망을 두루 갖춰 모든 장의를 포용하는 분이라 자랑을 했다.

그리고 김응수 사무국장께서는 사무처리에 빈틈이 없는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여성회원들을 늘려 진잠향교를 더욱 알찬 향교가 되도록 하자고 했다.

조남복 장의님 말씀 안 할 수 없다. 필자의 곁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돼 알게 됐는데 진잠향교야 말로 역대 전교들께서 파벌을 조성하지 않고, 상대를 끌어 안는 포용력으로 인해 진잠향교가 단합이 잘 되고 있으며 양희문 전교 같은 분이 이끌어 오셨기에 오늘날의 진잠향교가 있게 된 것이라 했다.

그럴 것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장의들마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는 칭찬의 일색이었다. 듣기도 좋았고 보기도 좋았다. 그러니 필자도 그냥 말 수 없었다. 이렇게 필을 날려 칭찬에 동참 하는 것이다.

아아, 진잠향교여!

그 역할 온 누리에 영원히 빛나길 기원한다.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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