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황우 교수 |
국립대학은 고등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기관으로써, '대학'으로서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국립'으로서의 공적 역할 또한 동시에 수행한다. 공적 역할로는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어 지역 산업발전이나 지역 상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교육복지의 최상위기관으로 저렴한 수업료로 공부할 수 있으며 차상위 계층이나 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녀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고 사회에 진출하여 성공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의 비중은 전체 대학에서 19.7%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73.1%, 호주 82.4%, 프랑스 79.4%, 스웨덴 81.2%에 비해서도 너무 적다. 비중이 적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해방 이후 1966년 대학학생정원령으로 정원을 통제되던 대학 정원이 1994년 자율화되면서 교육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국립대와는 달리 사립대학 중심의 급격한 양적 팽창이 원인이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의 정원 증가와 지방 캠퍼스 설립은 지방 대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립대학의 경쟁력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의 운영은 국가지원금 50%와 학생등록금과 같은 자체 수익금 50%로 운영된다. 운영비는 해마다 물가 인상에 의해 꾸준히 증가하지만, 국립대 자체 수입금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등록금은 10여 년 이상 동결 유지 기조로 인해 국립대가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학생 1인당 교육비도 2020년 기준 국공립대학이 평균 1,900만 원이다. 서울대가 재학생 27,813명에 1인당 교육비가 4,900만 원, 카이스트 8,100만 원, 포항공대는 1억 원이지만 통합대상인 충남대는 22,452명의 재학생에 1인당 교육비가 1,800만 원, 한밭대가 9,305명의 재학생에 1인당 교육비가 1,600만 원이다. 소위 명문 사립대인 연세대는 재학생 38,555명에 1인당 교육비가 3,200만 원이며 고려대는 36,676명에 2,500만 원으로 통합이 된다 해도 1인당 교육비가 증가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통합에 사용되는 예산지원도 통합 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른 입학 정원 감소에 의한 예산으로 지원된다. 그동안의 국립대 통합사례에서는 대략 20%~40% 정도의 대학 정원이 감축되었는데, 단순 계산으로 20%만 감축되어도 한밭대와 충남대의 대학 정원이 6,300명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밭대학교의 경우 재학생의 80%인 7,444명이 대전·충청지역 출신이 입학하기 때문에 20%만 감축해도 1,488명이며 충남대의 경우 재학생 중 40%인 8,980명이 대전·충청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20%만 감축해도 1,792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두 대학이 통합되면 3,280명의 대전·충청지역 출신 학생이 저렴한 등록금으로 국립대학에서 공부할 기회와 혜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통합 이후 대전·충청지역 출신의 입학률이 40%로 바뀌기 때문에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립대 통합의 최종 목적은 행·재정 통합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대학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대학가 주변의 원룸이나 상업시설의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밭대학교 졸업생의 경우, 75%가 대전·충청지역에 취업하기 때문에 졸업생 감소로 인한 지역 산업계 위축과 지역특화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지역 국립대 간의 통합논의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강화의 목적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학생 1인당 교육비 문제, 자체 수익금 부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지역 산업의 생태계 위축, 교육복지 혜택 감소,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진정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에 대해 지역의 정치권과 교육계, 언론, 시민사회 단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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