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좌망(坐忘), 유숙(劉淑)의 <오수삼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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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좌망(坐忘), 유숙(劉淑)의 <오수삼매도〉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2-11-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오랜 기간 치매에 시달리다 운명하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하나하나 잊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자율신경이 통제되지 않는다. 기억이 점점 머나먼 어린 시절로 돌아가다, 이내 사라진다. 분별력도 없어진다. 의식마저 지운다. 잊어버린 사실조차 모른다. 아마 살아있다는 것도 잊은 채 세상과 이별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거기에 무슨 인의예악(仁義禮樂)이 있고, 자신의 존재와 육신이 있으랴, 바로 좌망(坐忘)의 경지가 이런 것은 아닐까?

치매 원인이 80 ~ 90여 가지에 이른다 하니,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 기억력 감퇴, 언어장애, 요실금, 미각의 변화, 우울증, 집중력 저하, 손 떨림, 성격변화와 충동적 행동이 느껴지면 서둘러 병원을 찾을 일이다. 예방법부터 치료까지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곁에서 지켜본 결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질병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억과 인지능력 상실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가장 초라하게 만든다.

잘 알고지내는 어른께 점심식사라도 하자고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때마다 정중히 사양한다. 다른 일로 만나게 되었는데, 거절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자야 한단다. 까닭에 집에서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잠깐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졸아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졸릴 때 눈꺼풀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지 않은가? 천근만근이다. 시도 때도 없이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좋을 듯하다. 짧지만 달콤하다. 규칙적인 생활이 마음에 와 닿는다.

듣다보니 치매 환자가 떠올랐다. 치매 초기, 잠 잘 수 없다고 푸념을 한다. 거동이 불편하면 거의 누워 있게 된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진 않으련만,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것이리라. 비몽사몽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도 잔 것 같지 않은가 보다. 별다른 활동이나 운동이 없으면, 없던 병도 생기지 않겠는가?



수면은 생명체의 기본욕구중 하나이다. 삶의 영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된다. 심신이 쉬어야, 다음 날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 기능이 저하되고 각종 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잘 자야 일도 잘한다. 숙면을 취하면, 기억력 향상, 집중력 강화, 뇌 활성화로 창의력을 높인다고 한다. 심신을 새롭게 초기화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적당한 낮잠은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

동서고금 불문, 낮잠 자는 모습이 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무념무상의 참되고 순수하며 평화로운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많은 화가가 서슴없이 붓을 든다.

유숙(劉淑, 1827 ~ 1873, 도와서 화원)의 <오수삼매도 午睡三昧圖〉를 감상해보자. 유숙은 철종어진과 고종어진에 참여한 어진화사(御眞?師)이다. 어진화사는 당대 최고화가를 선정한 것이므로 최우수 작가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정희의 지도를 받았다하며, 산수화, 영모, 도석인물, 풍속화 등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여항문인(閭巷文人) 모임인 벽오사(碧梧社)일원으로 시서화가와 교류도 활발하였으며, 그와 관련된 작품도 다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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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 작 <오수삼매>, 종이에 먹, 40.4 × 28.0㎝, 19세기 간송미술관
스님이 앉은 채 깊이 잠들었다. 책상 또는 무릎에 손이나 팔 괴고, 그 위에 머리 얹고 잠드는 것은 누구나 해봤을법한 친숙한 자세이다. 무념무상이 절로 느껴진다. 김득신의 <목동오수>, 김홍도의 <수하오수도>, <어부오수도>, 윤덕희의 <송하오수>, 윤두서의 <하일오수>, <목동오수도>, 이경윤의 <수하취면도>, 이재관의 <모정오수>, <오수도> 등과 같은 주변풍광이나 집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 하나하나는 내면표현이나 주제를 돕는 장치이다. 실내외 막론하고 배경 생략이 어려운 이유다. 특히 서양화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아무 것도 배치하지 않았으면서, 감상자에게 전하고자하는 내용 표현에 부족함이 없다.

납의(衲衣)가 본래 갖고 있는 유려한 곡선이지만, 막힘이 없는 자유분방한 곡선이 율동적이다. 호방하기 까지 하다. 심한 농담 차이가 생동감을 더한다. 중심에 농묵을 사용하여 진출되어 보인다. 입체감이요 원근감이다. 맨발에 짚신이다. 무소유다. 평화롭고 순박한 얼굴 표정과 맞닿아 있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무소유, 이것이 곧 깨달음 아니랴? 일필로 그것을 그려내고 있다. 도에 다다르려면 인의예악과 형해(形骸)를 잊어야한다는 것이 좌망 아니던가? 도에 동화되어 앉은자리에서 자신 포함, 모든 것을 잊는 것이다. 모두 버리는 일이다. 무지와 도, 극과 극의 만남을 본다.

진정 깨우치기 위해 건강한 심신을 유지해야 한다. 버리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고, 적절한 취미생활과 문화 활동으로 두뇌를 활성화 하자. 봉사활동 포함, 사회활동으로 더불어 온기를 나누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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