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첫날인 24일 대전의 한 무인카페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지난해 12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24일부터 효력을 발휘해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됐지만 환경부가 예외사항을 허용해 현장에선 혼란을 겪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이날부터 일반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에서도 종이컵, 플라스틱 컵, 빨대와 젓는 막대 등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 편의점,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에서 일회용 봉지 규제도 강화됐다. 하지만, 환경부가 11월 1일부터 1년의 '계도기간'을 시행해 일회용품을 써도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매장에서 다회용 컵이 부족하거나 손님이 요구할 때는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며 혼란이 가중됐다. 환경부 정선화 자원순환국장은 "단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와 관행을 바꾸는 캠페인을 병행하는 조치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1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말했다. 일회용품 감축을 위해서 자발적인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행 첫날 기자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음료를 마시기 위해 주문해보니, 컵만 다회용에 나올 뿐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잠깐 마시고 갈 테니 일회용품에 달라'는 손님과의 실랑이도 볼 수 있었다. 대전에서 카페를 하는 A씨는 "다회용컵을 사용하면 설거지 물량도 많아지고 컵을 말려야 해서 작은 매장인데도 컵이 많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유행하고 있는 무인카페에는 일회용품이 버젓이 놓여 있었으며,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도 일회용 컵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부 손님들은 위생을 이유로 다회용컵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덕구에서 식당을 하는 박동철 송촌시장 상인회장은 "규제 시행을 앞두고 종이컵 대신 도자기 컵으로 바꿨다"며 "일부 손님들은 다회용 컵에 물을 내주면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일회용 봉지를 요구하는 손님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편종만 대전 편의점 연합회 회장은 "술이나 캔맥주를 담으면 친환경 봉지는 약해 쉽게 찢어지는데, 그렇다고 두 개를 겹쳐 담아주면 본부에서 정산을 못 받아 업주만 손해"라며 "냉장고에서 꺼내면 물기가 생기는 차가운 음료는 종이봉지에 담아주기도 민망하다"고 토로했다.
계도기간이 도입과 함께 생분해성 친환경 비닐봉지도 2024년까지 허용됐지만, '오락가락' 규제에 주문도 힘들다. 편 회장은 "친환경 봉지가 금지됐다가 다시 허용되며 주문을 넣었지만, 공장에서 납품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도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는 '참여형 계도기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윤영 대전충남녹색연합활동가는 "부득이한 사정엔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준도 없고 제재도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24일 대전의 한 카페 키오스크에 매장 내 일회용품을 금지하는 안내가 써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24일 대전의 한 카페에 다회용컵이 진열돼있다. 사진=이유나기자. |
24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사진=이유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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